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5년, 일터의 明과 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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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2019년 7월 한국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K괴롭힘법)이 시행되었을 때, 서구 언론들은 한국에서 '갑질'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법률이 제정되었다며 놀라운 시선으로 보도했다. 이 법이 한국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K괴롭힘법은 종속노동에 대해 법으로 정의되어왔던 노동법을 '존중노동'에 대한 법으로 바꾼 역사적 사건이다. 나아가 ILO(국제노동기구)가 채택한 190호 '일하는 세계에서의 괴롭힘과 폭력 철폐' 협약의 내용에 상당 정도 부응하며, 아시아 최초로 입법에 성공했다. 입법을 계기로 한국은 '갑질 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시민사회임을 천명할 수 있게도 됐다. 이후 ’남의 돈 먹기가 쉽냐‘ ’월급은 욕값‘이라는 말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일터는 존중 일터를 향해 한 발 다가섬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끝나지 않는 파괴적 갈등이 재생산되며 침몰하는 어둠의 현상이 공존하고 있다.
K괴롭힘법의 明 - 자율입법으로 존중일터를 향해
K괴롭힘법은 근로기준법 제93조의 11호를 신설하여 취업규칙을 통해 사용자가 각 현장의 형편에 맞게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조치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0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취업규칙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이 이 법 제정의 포인트다. 괴롭힘의 양상과 조치가 개별 사업장의 구체적 사정에 기초해야 하며, 무엇보다 사용자의 리더십이 법의 실효성에 핵심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소프트 로(soft law)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공공부문은 법제화 이전부터 제도가 실시됐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시 공무원뿐 아니라 출투기관 및 위탁업체까지 포괄하는 반괴롭힘 조례를 제정하고 예방과 구제조치를 제공하고 있으며, 구 단위까지 조례 제정으로 자율입법이 확산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93조의 11호 신설로 취업규칙을 통해 사용자가 각 현장의 형편에 맞게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조치하기 위한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적극적인 사용자는 전담부서 설치, 사내 인권센터 설치, 고충심의 및 징계위원회의 외부 전문가 참여 등 조직 내 분쟁 처리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으며, 기관 자체의 대응 매뉴얼 작성, 예방 교육의 정례화, 지속적인 캠페인 실시와 같은 예방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K괴롭힘법의 暗 - 끝나도 끝나지 않는 사건
행복한일연구소가 실시한 실태조사를 보면, 장기근속의 상급자 지위에 있는 40~50대 중장년층은 개인보다 회사를 우선하며 근무시간 외에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비중이 높다. 반면, 2030 세대의 경우 상사들의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를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괴롭힘 행위로 인식하는 비중이 높아 세대 간 인식 차가 현저하다. 이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주로 30대 실무를 담당하는 여성 부하 직원이 남성 상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질 확률이 높으며, 이 경우 성희롱 신고를 수반하는 경우도 많다.
회사의 사건 처리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해 조사와 사후 조치가 순조롭게 종결되더라도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고 후 괴롭힘이나 성희롱이 사실로 확인된 경우, 상사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좌절하게 되며, 반대의 경우 신고인은 회사의 중립성을 의심하게 된다. 이후 승진이 누락되거나 원치 않는 보직으로 좌천되는 경우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취급을 했다며 회사의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형사사건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명쾌한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이행은 어려운 과제다. 이 어려운 법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면 어떤 결과가 올지 짐작하기 어렵다. 괴롭힘 개념을 구체화한다고 해도 모호성은 여전할 것이다. 괴롭힘 예방은 기업의 형편과 구성원 모두의 시민성을 갖추어야 기대할 수 있으며, 발생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건강하고 행복한 일터가 지속 가능성의 열쇠임을 사용자가 확신하고, 사업장 내 분쟁 해결과 고충 처리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노력을 이어가는 수밖에 없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산업안전법 제4조가 정부의 책무로 규정한 바와 같이 사용자의 이러한 노력을 적극 지원하는 헬퍼의 역할일 것이다.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대표
K괴롭힘법은 종속노동에 대해 법으로 정의되어왔던 노동법을 '존중노동'에 대한 법으로 바꾼 역사적 사건이다. 나아가 ILO(국제노동기구)가 채택한 190호 '일하는 세계에서의 괴롭힘과 폭력 철폐' 협약의 내용에 상당 정도 부응하며, 아시아 최초로 입법에 성공했다. 입법을 계기로 한국은 '갑질 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시민사회임을 천명할 수 있게도 됐다. 이후 ’남의 돈 먹기가 쉽냐‘ ’월급은 욕값‘이라는 말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일터는 존중 일터를 향해 한 발 다가섬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끝나지 않는 파괴적 갈등이 재생산되며 침몰하는 어둠의 현상이 공존하고 있다.
K괴롭힘법의 明 - 자율입법으로 존중일터를 향해
K괴롭힘법은 근로기준법 제93조의 11호를 신설하여 취업규칙을 통해 사용자가 각 현장의 형편에 맞게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조치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0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취업규칙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이 이 법 제정의 포인트다. 괴롭힘의 양상과 조치가 개별 사업장의 구체적 사정에 기초해야 하며, 무엇보다 사용자의 리더십이 법의 실효성에 핵심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소프트 로(soft law)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공공부문은 법제화 이전부터 제도가 실시됐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시 공무원뿐 아니라 출투기관 및 위탁업체까지 포괄하는 반괴롭힘 조례를 제정하고 예방과 구제조치를 제공하고 있으며, 구 단위까지 조례 제정으로 자율입법이 확산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93조의 11호 신설로 취업규칙을 통해 사용자가 각 현장의 형편에 맞게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조치하기 위한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적극적인 사용자는 전담부서 설치, 사내 인권센터 설치, 고충심의 및 징계위원회의 외부 전문가 참여 등 조직 내 분쟁 처리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으며, 기관 자체의 대응 매뉴얼 작성, 예방 교육의 정례화, 지속적인 캠페인 실시와 같은 예방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K괴롭힘법의 暗 - 끝나도 끝나지 않는 사건
행복한일연구소가 실시한 실태조사를 보면, 장기근속의 상급자 지위에 있는 40~50대 중장년층은 개인보다 회사를 우선하며 근무시간 외에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비중이 높다. 반면, 2030 세대의 경우 상사들의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를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괴롭힘 행위로 인식하는 비중이 높아 세대 간 인식 차가 현저하다. 이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주로 30대 실무를 담당하는 여성 부하 직원이 남성 상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질 확률이 높으며, 이 경우 성희롱 신고를 수반하는 경우도 많다.
회사의 사건 처리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해 조사와 사후 조치가 순조롭게 종결되더라도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고 후 괴롭힘이나 성희롱이 사실로 확인된 경우, 상사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좌절하게 되며, 반대의 경우 신고인은 회사의 중립성을 의심하게 된다. 이후 승진이 누락되거나 원치 않는 보직으로 좌천되는 경우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취급을 했다며 회사의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형사사건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명쾌한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이행은 어려운 과제다. 이 어려운 법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면 어떤 결과가 올지 짐작하기 어렵다. 괴롭힘 개념을 구체화한다고 해도 모호성은 여전할 것이다. 괴롭힘 예방은 기업의 형편과 구성원 모두의 시민성을 갖추어야 기대할 수 있으며, 발생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건강하고 행복한 일터가 지속 가능성의 열쇠임을 사용자가 확신하고, 사업장 내 분쟁 해결과 고충 처리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노력을 이어가는 수밖에 없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산업안전법 제4조가 정부의 책무로 규정한 바와 같이 사용자의 이러한 노력을 적극 지원하는 헬퍼의 역할일 것이다.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