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독문학자 안삼환·언론학자 김민환, 동학사상 바탕 소설 각기 출간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등대'…"우연이지만, 필연이라면 시대 요청"
"우리땅에서 나온 평등과 민주사상…동학으로 돌아가 길 찾아야"
"우리 두 사람이 동학에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은 우연이면서, 또 우리 역사에서 필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안삼환 교수)
원로 독문학자와 언론학자가 나란히 수운 동학과 개벽 사상에 요체(要諦)를 둔 소설을 같은 출판사(솔)에서 각기 출간했다.

안삼환(80)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가 펴낸 소설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와 김민환 고려대 미디어학부 명예교수가 쓴 소설 '등대'다.

안 교수와 김 교수는 28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출판사의 기획이 아니다"라며 "우연 같지만, 시대의 흐름에서 암시가 있는 것 아닐까.

필연이라면 시대의 요청"이라고 했다.

올해는 수운(최제우) 탄생 200주년이자,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이 되는 해다.

근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철학자 도올 김용옥 등이 고유의 동학사상을 연찬한 이론서를 잇달아 출간한 흐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리땅에서 나온 평등과 민주사상…동학으로 돌아가 길 찾아야"
청년기 작가가 꿈이었던 안 교수는 정년 퇴임 후 교양 소설 '도동 사람'(2021)을 냈지만 본격적인 장편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문화적 귀향을 하며 그 종착지가 동학이었다"며 "동학은 억압과 피지배가 있던 우리 땅의 혼에서 나온 평등과 민주 사상이란 걸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2010년 강단에서 은퇴한 김 교수는 이미 장편소설 '담징'(2013)과 '눈 속에 핀 꽃'(2018),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난다'(2021)를 펴내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김 교수는 "동학 정신은 주인된 나, 주인된 백성, 주인된 민족이 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개벽 정신을 현 상황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고 소설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와 '등대'는 우리 고유 사상을 재발견해 서구적 근대 극복에 지향점을 둔 공통점이 있으나, 문학적 특질은 차이가 있다.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는 서양 철학자 최준기가 동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우연히 독일 바이마르의 한 대학에 동학을 강연하러 갔다가 한국의 근현대사와 자신이 동학의 후예임을 자각하게 되는 이야기다.

실제 안 교수는 지난해 5월 바이마르에 연설차 다녀온 뒤 1년간 이 소설을 집필했다.

안 교수는 "주인공이 자기 집안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며 "동학혁명부터 3·1 혁명(운동), 4·19 혁명, 광주 민주화운동, 촛불혁명까지 바이마르에서 쓰는 한국의 역사"라고 갈음했다.

"우리땅에서 나온 평등과 민주사상…동학으로 돌아가 길 찾아야"
'등대'는 소설을 쓰려고 전남 완도군 보길도를 방문했던 김 교수가 인근 섬이자 항일운동의 성지 중 하나인 소안도의 역사에서 착안해 3년에 걸쳐 쓴 작품이다.

1909년 소안면 좌지도에서 동학 청년들이 일본이 조선 침략을 위해 세운 등대를 습격하는 역사적 사건을 주요 모티브로 했다.

여기에 소안도 서당 훈장들이 치열하게 논쟁하며 점차 동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맞물린다.

김 교수는 "해방 이후 좌우로 나뉘고, 전쟁으로 엄청난 살상이 일어나고, 지금도 좌우가 공생하며 싸우고 있다"며 "이쯤에서 동학으로 돌아가 주인된 나, 주인된 백성, 주인된 민족이 되는 길이 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서양에서 나온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이게 길이라는 걸 제3세계에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성장하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한국에 유학 오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사회과학, 인문과학, 사회운동도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하고 그 바탕이 동학에서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란 생각을 줄곧 하며 소설을 썼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함께 한 솔 출판사 편집인인 임우기 문학평론가는 "개벽 사상이 일제강점기와 서구적인 근대화를 거치며 유명무실해졌는데 두 소설을 통해 문학적으로 다시 조명받는다는 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