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헬스장을 주말 아침에 가면 노인정 같아서 운동 일정 변경해야 하나 고민까지 됩니다."

이달 초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운동시설을 중심으로 노인 이용객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노실버존(노시니어존)' 도입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로 노인 이용객을 꺼리거나, 노인 이용객을 대상으로 보호자 동의서를 받는 곳도 생겼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60대 이모 씨는 최근 70대인 남편을 헬스장에 가입시키려다 당황했다. 헬스장 측이 자녀 등 가족에게 '보호자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해당 헬스장은 이 씨에게 가입 절차를 안내하면서 "75세 이상 이용객은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헬스장을 이용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가족분들의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 씨는 "이해는 된다"면서도 "아직 건강한데 사회에서 자식을 나의 보호자로 표현한다는 점이 씁쓸했다"고 푸념했다.

경기 남부 소재의 한 헬스장은 헬스장 나이 제한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별도의 나이 제한 규정은 없지만, 상담 절차에서 고령자로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이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헬스장 트레이너로 근무하는 정모 씨도 "수도권에는 어르신이 많이 거주하셔서 그들이 주요 고객"이라면서도 "젊은 회원분들이 어르신이 운동 기구를 너무 오래 점유하거나 비위생적인 모습을 보이시면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며 영업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사업자 입장에선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헬스장이야 노인정이야" 불만 터졌다…'노시니어존' 논란 [이슈+]
고령자가 즐겨 찾는 운동 시설인 수영장에서도 최근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다. 충북 제천시가 새로 개장한 공공 수영장에서 지난 15일 67세 이용자가 수영 도중 갑자기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자,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때 "공공 수영장에 노인 출입을 제한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해당 커뮤니티에선 고령자의 수영장 내 시설물 이용 태도와 위생 의식까지 언급해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사고 당시 의식을 잃었던 이용자는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안전요원의 심폐소생술(CPR)로 위기를 넘겼으며 바로 인근 대형 병원으로 옮겨졌다.

해당 논란과 관련 제천시시설관리사업소 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사업소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노인이라는 이유로 이용 시간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개장한 공공 수영장이 기존에 시에서 운영하던 수영장보다 수심이 깊다"며 "아직 개장 초반이지만 이런 정보가 알려지면 이용자분들이 이를 파악하시고 운동 숙련도에 따라 구분해서 사용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해당 공공 수영장 이용객의 30~40%가량이 65세 이상"이라며 "안전사고 대비 차원에서 상시 안전 요원을 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전북 전주의 한 공공 수영장은 노인 이용객의 운영요금 할인해주는 대신, 이용 시간을 낮 12시에서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운동시설의 고령자 입장 제한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나이로 시설 입장을 거부하는 것은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운동 시설의 경우 안전사고 등의 문제가 따를 수 있어 고령자 전용 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입을 모았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노인의 이용을 금지하는 건 노인혐오로 발전할 수 있어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노인 복지 시설에도 헬스장, 게이트볼장 등 운동시설을 확충할 필요는 있다"며 "노인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