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골드러시에 돈 버는 사람 따로 있다"는데…의외의 AI 수혜주 [글로벌 종목탐구]
AI발 전력 수요 폭증에…"이젠 현실이 된 원전 르네상스"
원전 부품 공급사 커티스라이트 '호재'


1800년대 중반 미국 서부를 강타한 골드러시에서 금을 캐내 부자가 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서부로 달려온 이들에게 삽과 곡괭이를 팔았던 장사꾼들이 오히려 떼돈을 벌었다.

이때 생겨난 말이 '픽 앤 쇼벨(삽과 곡괭이)' 전략이다. 인공지능(AI) 열풍에서 마이크로소프트나 오픈AI 등과 같은 AI 기술 개발사보다 AI 칩을 만드는 기업이나 AI 데이터에 전력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업이 더 큰 호재를 누린다는 의미다.
사진=AFP
사진=AFP
최근 모건스탠리는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 커티스라이트가 세계적인 원자력 르네상스의 테마주이자 '픽 앤 쇼벨' 전략에 최적인 투자처인데도 저평가돼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 전문 분야 엔지니어링 기업으로서 커티스라이트는 원자력발전소에 냉각 펌프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

커티스라이트 주가는 지난 28일 277.6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만 24% 가량 상승했다. 모건스탠리는 이 회사의 목표 주가를 기존 전망치보다 46달러 올린 1주당 330달러로 설정했다. 호주 투자정보업체 심플리월스트리트도 "커티스라이트의 주가는 1주당 330.53달러는 되어야 한다"며 현재 15% 이상 저평가돼 있다고 봤다. 울프리서치도 기존 1주당 307달러 전망에서 32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러시에 돈 버는 사람 따로 있다"는데…의외의 AI 수혜주 [글로벌 종목탐구]
원자력 르네상스에 관한 담론은 2022년 유럽을 강타한 에너지 대란 때부터 시작됐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날 실현되지 않은 약속들로 머물렀던 원전 부흥이 이제 곧 실제로 일어날 조짐이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그 배경으로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을 꼽았다.

2년 전 에너지 대란은 유럽과 천연가스에 국한된 문제였지만, 최근의 전력난 우려는 AI 광풍을 타고 미국 등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주요국들은 이와 함께 탄소중립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 이에 주요국에서 원자력이 안정적인 동시에 무탄소 친환경 전원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낡은 원자로들은 수명 연장을 위해 현대화되고 있고, 석탄화력발전소 등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골드러시'에서 커티스라이트가 '삽과 곡괭이'를 판매하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커티스라이트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3세대 AP1000 원자력발전소를 위한 냉각 펌프를 제작 및 납품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유럽에서만 20~25개의 새로운 3세대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예상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기본 시나리오에서 웨스팅하우스가 AP1000 건설 계약의 50%를 수주하는 데 성공할 경우 커티스라이트는 향후 5년 동안 원자로 냉각 펌프에서만 15억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각 원자력발전소에는 통상 네 개의 냉각 펌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골드러시에 돈 버는 사람 따로 있다"는데…의외의 AI 수혜주 [글로벌 종목탐구]
노후 원자로의 현대화 작업도 이 회사엔 대형 호재다. 커티스라이트는 현재 미국 94개 원자로와 캐나다 19개 원자로, 한국 일부 발전소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커티스라이트는 최근 "원자력발전소 현대화는 미국에서만 2050년까지 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기회"라고 밝힌 바 있다.

모건스탠리가 제시한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커티스라이트가 향후 25년간 AP1000 건설 붐에서 총 49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경우 회사의 주가는 1주당 488달러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