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스니커즈를 리본 등으로 꾸며 개성을 더한 모습. 사진=에이블리 제공
아디다스 스니커즈를 리본 등으로 꾸며 개성을 더한 모습. 사진=에이블리 제공
직장인 윤소영 씨(27)는 요즘 신발 꾸미기에 푹 빠졌다. 처음엔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 크록스 꾸미기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신발에 뚫린 구멍에 장식할 액세서리를 구매하다가, 최근에는 운동화 신발 끈 대신 달 수 있는 리본까지 수집하고 있다. 윤 씨는 "사무실 직원들과 신발에 달 액세서리를 공구(공동구매)해 공유하기도 한다. 동대문 액세서리 시장에서 주로 샀는데 이젠 온라인 구매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재료를 펼쳐두고 '신발 꾸미기'를 하는 가수 현아.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다양한 재료를 펼쳐두고 '신발 꾸미기'를 하는 가수 현아.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신꾸'(신발 꾸미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예전부터 문구 시장에 퍼져있던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이어 '백꾸'(가방 꾸미기), '폰꾸'(폰 꾸미기)가 인기를 끌더니 이제는 '신꾸'(신발 꾸미기)가 대세다. 얼마 전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현아도 시장에서 구매한 재료들로 신발 꾸미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현아는 끈을 제거한 뉴발란스 운동화에 신발 끈 대신 흰색 리본을 달더니 토끼 인형과 리본 핀 등으로 꾸미기를 완성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발 꾸미기는 주로 운동화 끈에 키링(열쇠고리)을 달아 장식하거나 운동화 끈 색깔과 디자인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신발 꾸미기 열풍은 관련 아이템 판매량 증가세로 확인된다.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지난달 신발 꾸미기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1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운동화 끈 상품 거래액도 95% 늘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다이어리, 휴대폰 케이스를 넘어 신발까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수요에 맞춰 다양한 꾸미기 상품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신발 꾸미기를 즐기는 이들은 색상과 디자인이 단조로운 운동화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발 자체가 튀지 않아 꾸미기 재료로 개성을 더하기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다양한 신발 꾸미기 소품을 얹기 좋은 스니커즈 판매도 급증했다. 에이블리에서 이달(지난 1일~13일 기준) 아디다스의 '네오 조그 블루 화이트', '코트 인도어 삼바' 거래액은 전월 동기 대비 각각 1403%, 296% 뛰었다. 이들 스니커즈는 단색 구성이 돋보이는 제품. 화려한 신발 장식을 강조할 수 있는 무채색의 나이키 코트 버로우 스니커즈 거래액도 72% 증가했다.

신발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특화된 꾸미기 재료를 선보이는 추세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달부터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메이드 포 유' 서비스를 내놨다. 아디다스 신발을 자수, 패치, 디지털 프린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꾸밀 수 있다는 설명. 아디다스코리아 관계자는 "자신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고객 취향과 니즈를 반영했다"며 "나만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크록스 꾸미기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롯데쇼핑 제공
크록스 꾸미기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롯데쇼핑 제공
팝업스토어를 여는 방식으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시도도 보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2일부터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크록스 대형 팝업 스토어를 열고 크록스 꾸미기 관련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크록스 꾸미기 전용 공간을 조성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직접 자신만의 크록스를 장식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송화석 롯데백화점 스포츠팀장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신발 꾸미기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하의 대신 신발 꾸미기로 패션 포인트를 살릴 수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풀이했다.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젊은층 사이에서 각종 '꾸미기'가 다양한 소재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꾸미기 제품은 각자의 개성을 돋보이게 드러낼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며 "업계에서도 소비자의 개성 표현을 더 해줄 제품군을 확대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