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인공지능(AI) 예찬론자로 유명한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올해 1분기 AI 주식을 덜어내고 중소형주로 투자 전략을 변경했다. 과대평가 가능성을 우려해 엔비디아를 가장 많이 비워냈다. 대신 중소형주 상장지수펀드(ETF)와 헬스케어 및 금융주 등을 사들였다.
'AI 예찬'한 월가 전설…엔비디아 팔고 중소형株 담아

엔비디아 대신 중소형주

드러켄밀러의 개인 자산을 투자하는 듀케인패밀리오피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1분기 듀케인은 엔비디아 주식과 콜옵션을 포함해 7억1600만달러(약 9660억원)어치를 판 것으로 나타났다. 콜옵션은 주식을 행사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지난해 엔비디아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였지만 1년 새 엔비디아 주가가 세 배 이상 폭등하자 과대평가 가능성을 고려해 콜옵션을 전량 매도했다. 드러켄밀러는 지난 7일 CNBC 방송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150달러에서 900달러로 오르면서 투자 비중을 줄였다”고 밝혔다.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한때 16% 비중을 차지한 엔비디아는 현재 3.62%로 줄었다.

그는 엔비디아를 비우고 중소형주 ETF로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듀케인은 1분기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러셀 2000 ETF’(IWM) 콜옵션을 315만7900주 사들였다. 6억6400만달러(약 8960억원) 규모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5.14%의 비중을 차지한다. 1분기 매수 종목 1위면서 보유 종목 1위다. 1분기 듀케인이 처음 투자한 종목 43개 중 13개는 헬스케어주, 11개는 금융주다. 헬스케어 부문에선 미국 제약사 크리네틱스파마슈티컬스(CRNX), 사나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을 담았고 금융주 가운데에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용카드 브랜드 ‘다이너스 클럽’을 보유한 디스커버파이낸셜서비스(DFS)를 약 64만5200주 사들였다.

그 밖에 듀케인은 미국 반도체 레이저 업체 코히런트(COHR) 보유 비중을 3.49%포인트 높였고 유전자 검사업체 나테라(NTRA) 보유 비중도 지난해 4분기 1.67%에서 1분기 4.02%로 확대해 매수 종목 3위다.

MS 더 담아

드러켄밀러는 AI에 대한 장기적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AI는) 현재 다소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과소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듀케인은 1분기 마이크로소프트(MS)를 추가로 2만6150주 사들였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MS 편입 비중은 10.65%로 보유 종목 2위다.

듀케인은 AI 관련 종목 중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 아리스타네트웍스를 19만4067주 더 담았다. 지난해 4분기 신규 편입한 데 이어 이번 분기 추가 매수했다. 듀케인이 올해 새로 담은 AI 관련주는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6만4000주), 미국 AI 데이터 업체 팰런티어테크놀로지(77만 주), 애플(11만 주) 등이다.

쿠팡은 한때 듀케인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9.11%를 차지해 보유 종목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올 1분기 45만5090주를 매도해 831만달러(약 112억4600만원)가량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광산회사 텍리소스(TECK) 보유 비중은 4.75%다. 미국 전기 및 천연가스 회사 비스트라에너지(VST)는 24만 주를 신규 매수했다. 듀케인이 엔비디아에 이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이 덜어낸 종목은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LLY)다. 1분기에 약 34만 주를 매각했다.

3월 말 기준 듀케인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전 분기 대비 30% 이상 오른 44억달러에 육박한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