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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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관련주로 인식되기만 하면 시가총액 규모를 가리지 않고 폭등하는 상황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밸류업 등 다른 호재가 주춤한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는 ‘숨은 AI 관련주 찾기’ 열풍이 불고 있다. 전문가들은 AI산업을 ‘버블’로 보기는 어렵지만 미국 빅테크발 AI산업 확장의 수혜를 확실히 볼 수 있는 주도주 위주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AI 수혜주” 분석에 줄폭등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전자는 13.38% 오른 10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전자는 올 들어 주가가 4.9% 하락한 대표적인 대형 소외주였다. 하루 만에 10% 넘게 폭등한 것은 “LG전자의 냉각시스템이 AI 데이터센터 발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수혜가 기대된다”는 KB증권의 보고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전통 소비자 가전업체로 인식되며 횡보하던 종목이 AI 관련 모멘텀을 계기로 ‘불기둥’을 세운 것이다.
스치기만 해도 폭등…"숨은 AI株 찾아라"
LG전자뿐만이 아니다. 원전 수처리시설 운영·정비업체인 한전산업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2.78% 급등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방한 이슈와 함께 전날 두산에너빌리티의 소형모듈원전(SMR) 주기기 납품 소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원자력에너지의 AI 데이터센터 공급 기대가 커지면서 최근 1주일간 46% 폭등했다. 이 밖에 범한퓨얼셀(수소), SK이터닉스(신재생) 등 다른 에너지 관련 종목도 AI 전력 공급 모멘텀이 작용하며 같은 기간 각각 47.7%, 18.3% 올랐다.

외국인 매수세도 AI 관련주로 쏠리고 있다. 최근 1주일 동안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SK하이닉스 HD현대일렉트릭 두산에너빌리티 LG전자 한미반도체 LS 등 6개가 AI와 관련이 있다. 기관도 LG전자 한미반도체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등 AI 관련주를 주로 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숨은 AI 주식 찾기’ 논의가 활발하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관심은 AI 인프라와 HBM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며 “서플라이체인에서 돌아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주도주 위주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AI산업 확장이 아직 초입 단계”라며 ‘옥석 가리기’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버블’을 경계할 상황은 아니지만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확장 메인스트림과 연계된 종목을 잘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은 지금까지 경험한 어느 사이클보다 길게 유지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적어도 내년까지는 AI를 배경으로 정보기술산업이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종목의 변동성은 매우 큰 상황이다. 최근 AI발 구리 공급난에 따른 테마주로 엮여 폭등한 국내 중소형주들은 1주일 만에 2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LG전자는 매출이 80조원이 넘는 기업이어서 AI 데이터센터 수혜를 본다 해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남들이 안 보던 수혜주를 찾는 것은 좋지만 전력망, 에너지 등의 가치사슬에서 핵심 경쟁력을 인정받는 회사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