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밸류업 패키지 법안’의 22대 국회 통과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상법 개정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한 만큼 정부가 이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다른 밸류업 관련 법안을 관철하기 위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밸류업 입법 패키지' 추진…민주당 받을까
우선 상법 개정안 자체만 놓고 보면 통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제1당인 민주당이 법 개정에 적극적이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박주민·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인 데다, 이재명 대표도 상법 개정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4월 소액주주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사의 구성 과정과 역할, 책임 등이 대주주에게 맞춰져 있다”며 “상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 때도 상법 개정을 공약했다. 정준호 당선인(광주 북갑)이 22대 국회 개원 직후 상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는 금투세 폐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 폐지 등 다른 밸류업 조치와 연계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민주당이 원하는 상법 개정에 협력하는 대신 금투세 폐지 등의 감세 조치를 조건으로 거는 협상 전략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정부가 상법 개정을 고리로 금투세 폐지 등을 추진하려 하면 민주당은 상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 등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1400만 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자 감세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와 연계된 상법 개정을 좌초시키는 것은 개인투자자를 반대편으로 돌리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달 금투세를 폐지하라는 개인투자자의 국회 청원이 5만 명을 넘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