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재개발 최근 본격화…선박 퇴거 통보에 요트 대여업자 반발
"반씩 공사해 요트 산업 지속" 업체 주장에 부산시 "안전 문제 때문에 불가"
[현장in] "요트 관광 중단 위기"…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시끌
10여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던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이 다시 본격화하고 있지만 기존 요트 업계 종사자들이 일시에 쫓겨날 처지에 놓이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오전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요트관광업을 하는 사업체의 모임인 마리나 대여업 협동조합 소속 종사자 150여명은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해운대구청까지 가두 행진을 벌이며 "계류시설 등 대책 없는 일방적인 집행에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부산시는 내년 상반기 민간 사업자의 재개발 사업 착공을 위해 올해 9월 31일까지 요트를 모두 반출하라고 선주들에게 통보했다.

이곳에는 허가받은 선박 420척에 무단 계류 선박까지 합쳐 530여척의 요트가 있다.

부산시는 현대산업개발이 주축인 '아이파크 마리나' 특수목적 법인을 통해 민자로 요트경기장을 재개발하고 30년간 해당 사업자에 운영권을 줄 예정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을 위해 건립된 이 요트경기장은 시설이 낡아 재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2008년 현대산업개발컨소시엄이 부산시에 민간투자 사업 제안서를 접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부산시와 실시협약을 체결하며 재개발이 공식화됐다.

하지만 재개발 내용 중 호텔을 짓는 안이 주변 학교와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고, 2016년 부산시가 사업자 지정을 취소한 후 2018년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을 벌이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결국 부산시가 패소했고, 민간 사업자와 부산시는 재논의를 거쳐 호텔을 짓지 않는 것으로 합의하고 최근 재개발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현장in] "요트 관광 중단 위기"…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시끌
재개발이 지지부진하던 사이 2015년 요트 대여업이 법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수영만 요트경기장이 부산 요트 관광 중심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조합에 따르면 올해 기준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마리나 선박대여업을 하는 업체만 87개에 이르고 종사자는 300여명, 요트는 100여척이 운영 중이다.

연간 부산요트투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110만명 이상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현재 재개발 계획으로는 이들 요트가 한꺼번에 부산 밖으로 쫓겨날 형편이어서 재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요트 관광의 명맥이 일시적으로 끊기게 된다는 점이다.

조합 관계자는 "부산 송정해수욕장이 서핑의 성지였지만, 서핑 구역 확대 등을 머뭇거리는 사이 강원 양양이 서핑으로 주목받으며 주도권을 빼앗긴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면서 "부산에 대체 계류장이 없어 경남과 경북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연간 110만명의 요트 관광 콘텐츠가 중단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현장in] "요트 관광 중단 위기"…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재개발 시끌
조합 측은 현재 요트경기장을 두구역으로 나눠 반반씩 공사하는 방안 등을 주장한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공사 구간을 나누는 것은 안전에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합 측은 "가두시위에 이어 해상시위에도 나설 예정이고, 부산시와 재개발 사업자를 상대로 영업손실 보상에 대한 소송도 진행하겠다"면서 "부산시가 민간 사업자에게 재개발을 넘기며 6천억원대 공유수면 점·사용료도 면제해 주는데 특혜가 아닌지 향후 면밀하게 따져나가겠다"고 밝혔다.

요트경기장 재개발로 부지 내 훈련장이 있던 부산시장애인역도연맹 선수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현재 100여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고, 내년 전국체전을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대체 훈련장을 찾지도 못 한 채 훈련장을 비워야 할 처지다.

장애인역도연맹 관계자는 "오늘 경기도지사배 대회가 있었지만, 출전을 포기하고 훈련장을 지키기 위해 집회에 나오게 됐다"면서 "대책 없는 이전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