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사진=한경DB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사진=한경DB
삼성전자 주가가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삼성전자 노조가 사상 최초 파업에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인공지능(AI) 추천주 명단에서 빠지면서다. 시가총액 1위 주가가 급락하자 이날 코스피 지수도 2700선 밑으로 떨어졌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09% 급락한 7만5200원에 마쳤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창구에서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만 4253억원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도 금액(1조344억원)의 41%를 넘는 규모다. 삼성전자가 급락하며 코스피 지수도 1.67% 떨어진 2677.3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파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현재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8000여명이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2% 수준으로, 이들이 대대적인 파업에 나서게 되면 삼성전자 실적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등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외국계 IB의 투자 리포트가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SK하이닉스의 추가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시아 AI 수혜주 추천 목록'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했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가 아직 AI칩을 제조하는 데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양산하지 못하단 이유에서다.

모건스탠리의 AI 추천주 명단엔 SK하이닉스 외에도 일본의 반도체 테스트 장비사 아드반테스트, 대만의 주문형 반도체(ASIC) 업체인 알칩 테크놀로지스, 안데스 테크놀로지, 파운드리 업체인 TSMC 등이 이름을 올렸다.

최근 삼성전자 HBM이 발열과 전력 소비 문제로 엔비디아 납품 테스트에서 탈락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오는 등 HBM 관련 잡음이 일고 있다. 곧바로 삼성전자 측이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와 HBM 공급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으나 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크단 지적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 급락과 관련해 "최근 HBM 제품이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단 외신 보도와 함께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시장 심리가 약화됐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