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청사 뒷편, 드넓은 녹지 옆 부천아트센터 외벽 위로 다음달 17일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포스터가 나부꼈다. 뛰어난 음향과 대형 파이프오르간을 내세우며 지난해 5월 문을 연 뒤 어느덧 계절이 네 번 바뀌었다. 최근 부천아트센터는 개관 1주년 기념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클래식 성지'로 거듭났다.

태승진 부천아트센터 대표이사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관 후 1년동안 8만5000명의 관객이 다녀갔고, 백건우, 손열음, 조성진, 조수미 등 클래식계의 빅샷 무대를 포함해 60여회의 무대가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공연장이 있지만 클래식 전용홀을 표방해 건물을 올린 사례는 수도권 내에서도 손에 꼽힌다"고 덧붙였다.
임윤찬도 열혈관객…"전 세계 인정받은 부천아트센터 음향 비밀은 57개 반사판"
부천아트센터 건립은 1995년 클래식 전용 공연장을 조성한다는 부천시 기본계획안이 통과되며 시작됐다. 수차례 부지가 변경되다가 2019년에야 첫삽을 떴고 2023년 문을 열었다. 수도권 변두리에 지어진 공연장이라는 것은 기우였다. 무대에 올랐던 연주자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입소문이 난 것. 태 대표는 "다니엘 뮐러 쇼트(첼리스트)는 독일에서 부천아트센터를 한국 최고의 공연장으로 추천받고 홀에서 시범 연주를 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부천아트센터가 글로벌 클래식 업계에서 이름을 높일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완벽한 음향 구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콘서트홀 천장에는 공학박사와 세계 최강의 영국 음향사가 설계를 도운 음향 반사판 57개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공연 형태에 따라, 둥그런 반사판들은 높낮이를 달리한다. 공학기술이 예술에 어우러져 최적의 소리를 관객에게 전달해준다. 덕분에 부천아트센터는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음향의 전당'이라는 별명도 얻었고 유명 아티스트도 관객이 돼 이곳을 종종 방문한다. 지난 4월, 피아니스트 임윤찬도 홀로 어느 듀오 연주자의 공연을 보러 오기도 했다.
임윤찬도 열혈관객…"전 세계 인정받은 부천아트센터 음향 비밀은 57개 반사판"
부천아트센터는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발전에 일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시민의 문화 활동에도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있다. 부천시는 애니메이션, 영화, 비보잉 등 글로벌 문화 행사를 매년 개최하는 도시다. 태승진 대표는 "부천시에 클래식이 더해지면서, 클래식 음악 감상에 대한 시민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었다"며 "이제 부천시는 종합 문화 도시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부천 내 각 문화단체들은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적극 협업도 한다. 일례로 올해 7월 초 열리는 부천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은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진행된다. 매년 야외에서 개막식이 진행됐지만 우기로 인해 행사 진행에 애로가 많았던 것을 태 대표가 알고 영화제 개막식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태승진 대표는 "부천아트센터는 클래식 음악 발전을 이끌고, 부천시민의 문화 활동을 다방면으로 지원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