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에 있는 코리아휠은 지난 24일 대전시와 투자협약을 맺고 본사와 공장을 대전으로 이전한다. 하늘에서 본 코리아휠 보령공장.  /코리아휠 제공
충남 보령에 있는 코리아휠은 지난 24일 대전시와 투자협약을 맺고 본사와 공장을 대전으로 이전한다. 하늘에서 본 코리아휠 보령공장. /코리아휠 제공
충남 보령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코리아휠(회장 최훈)이 보령시와 스마트팜 시설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는 등 갈등을 겪자 대전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에서 민간기업 중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이 회사가 공장을 옮긴다면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보령시 지역경제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본지 4월 9일자 A24면 참조

29일 코리아휠에 따르면 이 회사 최훈 회장과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24일 1170억원 규모의 공장 이전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코리아휠은 대전 서구 평촌산업단지 9만9000여㎡ 부지에 자동차용 및 트레일러용 스틸휠 생산설비 전체를 이전하고, 일부 생산라인은 신설할 계획이다. 공장을 이전하면 코리아휠 직원 280명 중 상당수가 대전으로 거주지를 옮길 전망이다. 회사는 생산라인을 신설해 추가로 필요한 인력 100여 명은 대전에서 채용하기로 했다. 코리아휠은 대전지역 자동차 관련 특성화고 졸업생을 우선 고용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토지 매매계약을 하고, 연말께 산업단지 조성공사가 끝나면 내년 착공해 2026년 하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전시는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회사의 공장 이전에 필요한 행정·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약속했다.

코리아휠이 공장 이전을 본격화한 건 보령시와의 법적 다툼이 발단이 됐다는 분석이다. 회사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설치한 스마트팜 시설과 관련해 시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19년부터 공장 부지에 1126㎡ 규모 스마트팜 비닐하우스 네 개 동과 이동형 컨테이너를 설치했고, 순환식 스마트팜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회사 측은 시설물 설치 전 관련 부서에 인허가 사항 여부를 문의했고 ‘허가 사항이 아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시는 ‘불법 시설물’로 판단했다. 스마트팜용 비닐하우스 건축을 허가받지 않았고, 주력 업종인 자동차 부품 제조업 외에 스마트팜 업종을 추가하는 등의 산단 계약 변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령시는 2022년 회사 측에 원상복구 이행 명령(건축법 위반)을 내린 데 이어 산업입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과도한 행정처분과 형사고발로 더 이상 보령에서 기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 이전에 대해 조사했는데 90%가 거주지를 옮기겠다고 답했고, 직원을 포함한 가족을 합치면 1200여 명이 보령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보령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령시 인구는 2021년 1월 10만 명이 무너졌고, 지난달 말 기준 9만4887명으로 줄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기업 유치에 안간힘을 쓰는 것과 달리 보령시는 과도한 대응으로 우량기업을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는 행정소송 변론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두 차례 방문해 회사의 스마트팜 시설과 관련한 해결 방안을 협의하는 등 중재에 나섰고, 시도 협조하고 있지만 특별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며 “소송 결과가 나와봐야 별도 대책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