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민주유공자법,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한우산업법, 농어업회의소법 등 4개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그간 적잖은 문제점들이 제기돼 왔는데도 그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단독 처리한 법안들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과 정부 건의를 받아들여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이 선별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4개 법안이 세월호참사피해지원법과 달리 기준이 모호해 악용될 소지가 있거나 형평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등 사회 통합을 저해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으로선 다시 논의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다. 우선 민주유공자법은 민주유공자를 가려낼 심사 기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운동권 출신이 다수 포진한 야당이 ‘셀프 특혜’를 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1989년 부산 동의대 사건처럼 경찰관이 숨져 아직도 논란이 끝나지 않은 사건의 관련자와 가족까지 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은 국가 정체성에 혼란을 줄 가능성까지 있다.

전세사기특별법과 한우산업법은 전세사기 피해자와 한우 농가를 특정해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거세다. 전세사기 외에 다른 사기 피해자도 보상을 주장하거나 한우뿐 아니라 돼지나 닭을 사육하는 농가도 보호해 달라고 나설 경우 정부 곳간은 금세 바닥날 수밖에 없다. 농어업회의소법은 농어업인 대표조직을 만들어 농정에 사실상 참여토록 하는 법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 혼선과 갈등을 유발하는 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어제까지 포함해 총 14건으로 늘었다. 일각에선 역대 정부 중 최다라고 몰아세우지만 헌정사상 최악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거대 야당이 포퓰리즘적으로 밀어붙인 법안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정도 기억해야 한다. 야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데도 선의로 포장한 악법을 계속 양산하는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