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고객 개개인의 자산 리스크를 관리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신설 조직은 소비자별 자산 포트폴리오가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특정 자산군에 집중되지 않도록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는다. 금융사가 그동안 소비자 개인의 자산군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금융상품 판매에만 집중한 결과 홍콩 H지수 ELS 가입자의 투자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초 리스크관리그룹 리스크공학부 산하에 고객 자산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는 ‘고객자산리스크팀’을 신설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고객리스크관리부’를 만들었다. 이 조직들은 고객 개개인의 자산을 예금, 펀드, 파생상품, 신탁 등 상품 유형별로 분류해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소비자별 금융상품 판매 한도를 설정하고 관리한다.예를 들어 안정지향적 투자성향을 지닌 소비자는 금융자산의 60% 이상을 정기 예·적금에 가입하도록 하고, 펀드와 ELS 같은 파생상품 비중은 각각 2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공격지향적인 투자자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펀드나 파생상품 비중 한도를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하되, 일정 비율 이상을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 은행이 회사 차원에서 대출자산을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으로 분산하는 것처럼 소비자의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신한금융 관계자는 “앞으로는 판매 금융상품 선정부터 사후 관리 단계까지 소비자의 리스크를 우선 고려하는 방향으로 영업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다른 금융사들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초 내부 통제를 담당하는 준법지원부에 신설한 소비자보호팀을 지난달 소비자보호본부로 격상했다. 본부장은 박영세 국민은행 부행장이 맡고 있다.하나은행은 작년 하반기 시범 도입한 ‘금융소비자 보호 모니터링 요원’을 올해 본격 운용하고 있다. 모니터링 요원은 홍콩 H지수 ELS 등 대면 녹취 대상 금융투자상품 판매 절차를 10개 구간으로 세분화하고, 모든 녹음파일을 청취해 구간별 적정 절차 이행 여부를 일일이 확인한다.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국내 1위 여행·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가 테크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돈 먹는 하마’였던 클라우드 사업과 인터파크트리플에서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서 국내 여행 수요가 줄어든 여건에서도 호실적을 냈다. 신사업의 성장이 이어지면 야놀자가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돈 벌기 시작한 ‘미래 먹거리’22일 야놀자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매출에서 야놀자 플랫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4.58%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53.47%에서 1년 만에 8.89%포인트 줄었다. 빈자리는 클라우드 부문과 인터파크트리플이 메웠다. 지난해 1분기 18.51%에 그친 클라우드 부문 매출 비중은 22.79%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터파크트리플 매출 비중도 31.12%에서 36.02%로 늘었다. 야놀자 매출의 약 60%가 ‘본업’ 밖에서 나온 것이다.주목할 대목은 클라우드 부문과 인터파크트리플이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부문은 지난해 1분기엔 40억원 적자를 냈지만, 올 1분기에는 9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첫 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후 세 분기 연속 흑자다. 작년 1분기 96억원 적자를 낸 인터파크트리플 역시 올해 흑자(15억원)로 돌아섰다.시장에선 국내 숙박 중개로 시작한 야놀자가 공을 들여온 ‘신규 먹거리’가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5년 야놀자를 설립한 이수진 대표는 2017년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들며 확장에 나섰다. 전 세계 각지의 소규모 호텔과 숙박업체가 객실 예약, 결제 이력 등을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풍부한 국내 숙박업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호텔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기업 간 기업) 사업을 펼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지난해엔 글로벌 여행 솔루션 기업 고글로벌트래블(GGT)도 인수했다. 또 야놀자의 ‘약한 고리’였던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사업을 키우기 위해 2022년 3000억원을 들여 공연 티켓·항공권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와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여행 플랫폼 ‘트리플’을 인수했다. ○사업 호조에 연내 IPO 추진코로나19 이후 국내 대신 해외로 향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야놀자 플랫폼의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실적은 인터파크트리플과 클라우드 부문 성과에 달려 있다. 인터파크트리플은 ‘초저가 항공권’ ‘패키지 여행’ 등을 앞세워 해외여행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파크트리플은 국내 앱 가운데 항공권 발권 1위(1조2502억원)를 차지했다. 클라우드 부문도 GGT 인수 효과로 해외 파트너사를 세계 200개국, 133만여 개로 늘릴 수 있게 됐다.신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야놀자가 추진 중인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야놀자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17억달러(약 2조3000억원, 24.9%)를 투자받았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8조원이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연 8%’라는 높은 금리를 앞세워 인기를 끈 ‘한달적금’ 상품의 최고금리를 최근 연 7%까지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도 연초에 앞다퉈 선보인 고금리 특판적금 상품을 최근엔 내놓지 않고 있다. 올 들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은행들이 굳이 높은 금리를 내세울 필요가 없어진 결과로 풀이된다.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3일부터 한달적금의 최고금리를 연 8%에서 연 7%로 인하했다. 만기가 31일인 한달적금은 높은 금리와 매일 일정한 금액을 넣는 재미를 더한 구조로 인기를 끌며 작년 10월 출시 이후 11일 만에 100만 계좌가 개설된 ‘히트상품’이다.카카오뱅크는 같은 날 다른 고금리 적금 상품인 ‘26주 적금’의 최고금리도 연 6%에서 연 5.5%로 낮췄다. 26주 적금은 26주 동안 매주 납입하는 상품으로, 작년 11월 이미 최고금리가 연 7%에서 연 6%로 낮아진 데 이어 이번에 한 차례 더 인하됐다.카카오뱅크가 이처럼 적금 금리를 줄줄이 인하한 이유는 굳이 높은 금리를 내세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신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가 연 0.1%에 불과해 은행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는 저원가성 예금이 빠르게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전체 수신 잔액은 작년 말 47조1000억원에서 올 3월 말 53조원으로 3개월 사이에 5조9000억원(12.5%) 늘었는데, 이 기간 저원가성 예금만 4조원 증가했다.시중은행들도 고금리 적금 상품의 금리를 줄줄이 인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의 최고금리를 지난 1월 4일 연 7%로 책정했다가 2월부터 연 6%로 낮추더니 현재는 연 5.5%까지 인하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최고 연 9% 특판 적금이 완판된 후 비슷한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도 은행 고금리 적금 상품을 찾기 어려워진 이유로 꼽힌다. 은행은 예·적금으로 유치한 자금으로 대출을 내줘 이자이익을 남기는데, 대출을 많이 내줄 수 없으니 자금을 모을 필요성도 줄어든 것이다.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