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주 주가가 29일 줄줄이 급락했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국내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한 점이 업종 전체에 충격을 줬다. 안 그래도 2분기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진 가운데 신용도 하락 악재까지 겹쳐 2차전지주 주가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장주 신용 전망 내려가자 주가 줄하락

신용전망 강등 쇼크…2차전지株 '암울'
29일 LG에너지솔루션은 5% 하락한 3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 역시 이날 5.24% 급락해 37만500원에 마감했다. 전날 S&P가 두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한 영향이다.

S&P는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투자해 재무 비율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은 2022년 말 기준 1.5배였으나 내년엔 2.6~2.8배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지난해 1.5배 수준에서 내년 2.6배까지 뛸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에 비해 차입금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S&P는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로 유지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2.5배를 계속 웃돈다면 신용등급까지 내릴 수 있다고 했다. S&P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세 둔화는 LG에너지솔루션에 큰 부담”이라고 했다.

신용 전망 하락 소식이 들리자 다른 2차전지주도 줄줄이 급락했다. 삼성SDI는 이날 4.82% 하락했고 포스코퓨처엠(-4.49%), 에코프로비엠(-5.59%), 엘앤에프(-2.96%) 등도 모두 약세였다. 주요 2차전지주를 모은 ‘KRX 2차전지 TOP 10’지수는 이날 하루 4.94% 빠졌다.

○실적 부담에 中 업체 경쟁도

증권가에서는 신용도 하락과 더불어 실적 부진 우려로 2차전지주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2차전지 6개사의 올 2분기 영업이익 합산액 예상치는 1개월 전 1조2490억원에서 최근 1조1211억원으로 10.2%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1조4744억원)과 비교하면 23.9% 줄어든 금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 전망이 시설 투자 부담으로 하향됨에 따라 재무 비율이 악화한 다른 업체들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삼성SDI의 순차입금비율(순차입부채를 총자본으로 나눈 비율)은 2022년 말 11.8%에서 올 1분기 기준 17.7%로 높아졌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의 순차입금비율은 2022년 말 각각 58.2%, 40.1% 수준에서 올해 1분기 97%, 93.6%로 상승했다.

저가를 내세운 중국 배터리업계와의 경쟁도 국내 2차전지주엔 부담이다. 하이투자증권과 SNE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2020년 1분기 68%에서 올 1분기 52%로 낮아졌다. 반면 중국산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5%에서 42%로 높아졌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국내 2차전지 업체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국내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중국, 일본 동종 업체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아 당분간 주가 하향이 예상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