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자신이 제안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국민연금 개혁안의 소득대체율에 대해 민주당 측 입장을 굽힌 데 이은 것이다. 민생경제 이슈에서 중도·실용 이미지를 부각하며 22대 국회에서 정책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보편 지원에 있지만, 굳이 이게 어렵다면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며 “(전 국민에게) 똑같이 지급하라는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민생과 국민의 삶을 고려해 우리가 양보할 테니 이 정책을 수용해달라”며 “구체적 내용을 신속하게 만나 협의하자”고 요청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의 견해차로 무산되느니, 차등 지급 방식으로라도 지급을 관철해내겠다는 의도다.

이 대표가 ‘내가 양보할 테니 수용해달라’는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 아니다. 연금개혁을 놓고도 당초 민주당의 ‘소득대체율(평균 소득 대비 받는 연금액 비율) 50%’ 입장 대신 여당안(案)인 44%를 수용하겠다며 21대 임기 내 처리를 정부·여당에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때도 “그간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며 일단 결과물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같은 행보 이면의 전략적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실용 노선을 추구하는 정당 이미지를 이 대표가 구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보수 정당 정책도 얼마든지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개편 논의가 야권에서 먼저 시작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에 동조하며 국회에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이 대표가 제안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각종 특검·국정조사 추진으로 굳어진 강성 이미지와 ‘정부 발목잡기’ 프레임을 희석하는 효과도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투쟁 일변도만으로는 수권 능력을 보여줄 수 없다”며 “171석을 이끄는 당 대표로서 이제는 정책적 유능함을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