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8400명이 가입한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사상 처음이다. 전삼노는 노조를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와 정당하지 않은 보상 등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연예인 집회’ 등으로 안팎의 신뢰를 잃은 노조 집행부가 강경 투쟁을 돌파구로 삼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인데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의 협력을 사실상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전삼노가 국가 전략산업이 된 반도체를 볼모로 ‘실력 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전삼노는 이날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진행한 임금 교섭에서 사측이 노조를 무시했다”며 파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직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와 평균 임금인상률 5.1%에 합의했지만, 전삼노는 ‘6.5% 인상’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다. 전삼노는 전면 파업에 앞서 조합원에게 다음달 7일 ‘동반 연차’를 요청하기로 했다.

산업계에서는 제조업 전반에 퍼진 ‘노조 이기주의’가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에 옮겨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서 경쟁사에 밀려 최근 최고경영자(CEO)까지 전격 교체한 상황에서 조합원 대다수가 반도체(DS) 부문 소속인 전삼노가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15조원 적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평균 연봉이 1억2000만원에 달하는 기업의 노조가 위기에 빠진 회사에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파업하겠다는 것에 누가 공감하겠느냐”며 “이 과정에서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대신 민주노총을 끌어들인 데 대해 삼성 직원들조차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3.09% 내린 7만5200원에 마감했다. 노조의 파업 소식에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창구에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황정수/박시온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