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삼성전자 노조의 첫 파업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인공지능(AI) 추천주 명단에서 빠진 것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삼성 파업' 한마디에…外人 4253억 매도 폭탄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09% 내린 7만5200원에 장을 마쳤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창구에서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4253억원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도 금액(1조344억원)의 41% 규모다.

이날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했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계 IB의 투자 리포트도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SK하이닉스의 주가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평가하면서 ‘아시아 AI 수혜주 추천 목록’에서 삼성전자는 제외했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가 아직 AI 칩을 제조하는 데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양산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모건스탠리의 AI 추천주 명단엔 SK하이닉스 외에도 일본 반도체 테스트장비 업체 아드반테스트, 대만 주문형반도체(ASIC) 업체 알칩테크놀로지스, 파운드리 업체 TSMC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최신 HBM 반도체에 향후 주가가 달려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HBM 발열과 전력 소비 문제로 엔비디아 납품 테스트에서 탈락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회사 측이 “다양한 파트너와 HBM 공급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으나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달 삼성전자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 22곳 중 19곳은 10만원 이상을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최고가인 12만원을, 하이투자증권은 최저가인 9만1000원을 제시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