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고에서 갖다 팔자"…단기 급등했던 유가, 0.7%↓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가 사흘 만에 하락세로 마감했다. 단기 차익 실현 매물과 미국 휘발유 수요 부진 등이 원인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 대비 0.60달러(0.75%) 하락한 배럴당 79.23달러에 장을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0.62달러(0.7%) 하락한 배럴당 83.60달러에 마감했다. 단기 유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에 의한 조정으로 풀이된다. WTI는 전날까지 2거래일간 3.85% 상승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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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근월물과 이월물 간의 프리미엄은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시장이 선물가격보다 현물가격이 더 비싸게 거래되는 백워데이션 상태라는 의미다. 통상 시장이 정상적인 경우에는 선물의 인·수도가 현물보다 늦게 발생하고 만기까지의 투자금액에 대한 이자비용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다(콘탱고 상태).

백워데이션일 때 에너지 기업들은 현재의 높은 가격을 이용하기 위해 가격이 더 하락하기 전에 현물 시장에서 판매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저장된 원유가 시장에 풀리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더불어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도 원유 시장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높은 금리는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원유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 겔버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애널리스트들은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장고에서 갖다 팔자"…단기 급등했던 유가, 0.7%↓ [오늘의 유가]
여름철 휴가 시즌이 왔지만, 미국 휘발유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미즈호증권의 로버트 야거 이사는 "휘발유는 현재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가 배럴당 24달러로 5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앉았다"며 "6월물과 7월물 간 프리미엄이 계속 좁혀지고 있는데 이는 수요에 대해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랙 스프레드는 원유와 원유에서 정제된 원유 제품(휘발유 등) 간 가격 차이를 의미한다. 원유 근월물의 프리미엄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물리적 수요의 약화를 가리킨다. 드라이빙 시즌임에도 원유 선물이 콘탱고 상태라면 그만큼 원유 수요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