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 황제' 앤디 워홀이 무려 6년간 변주한 어떤 남자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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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 타데우스로팍 앤디 워홀 展
‘빛나는 그림자 : 요셉 보이스의 초상’
‘빛나는 그림자 : 요셉 보이스의 초상’
![1980년 이탈리아 나폴리 사자상 앞에서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앤디 워홀(왼쪽)과 요셉 보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01.36879340.1.png)
1378년 유럽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같은 하늘 아래 두 명의 교황이 생기면서다. 클레멘스 7세는 프랑스 아비뇽에서, 우르바노 6세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전세계 교회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했다. 물론 두 명의 교황이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미국의 저술가 데이비드 갤러웨이는 '아비뇽 유수' 이후 600년 만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처럼 느꼈다.
미국과 유럽에서 명망을 쌓았던 두 사람은 이듬해에도 만났다. 워홀은 다시 만난 보이스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고 보이스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워홀은 자신의 카메라에 펠트 모자와 낚시 조끼를 입은 보이스를 담았다. 보이스의 사진은 다양하게 변주됐다. 워홀은 1980년부터 무려 6년 동안 보이스의 사진 하나로 작품을 만들었다.
워홀도 반한 ‘아비뇽의 교황’과도 같던 요셉 보이스는 독일의 행위예술가이자 설치미술가다. 그는 펠트와 기름덩어리를 사용해 사회에 저항하는 예술을 펼쳤다. 세계 2차대전에서 군인으로서 전장에 뛰어들었다 겨우 살아난 그의 경험은 세상의 폭력성에 눈을 뜨게 했다. 이후 ”예술만이 사회의 억압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 주장하며 예술 활동을 펼쳤다.
![앤디 워홀, Joseph Beuys (Beige background), 1983–3](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01.36879335.1.png)
하나의 사진을 두고 작품마다 다른 색과 조형, 재료를 사용해 모두 다른 그림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도 워홀만이 가진 특별한 작업방식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한 명의 단일한 초상을 두고 워홀이 어떻게 다른 시도를 해 왔는가를 되짚어볼 수 있다.
![앤디 워홀, Joseph Beuys (Reversal), 1983. 다이아몬드 가루를 사용해 작품 전체가 빛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01.36879341.1.png)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워홀의 연구작을 집중 조명했다는 것이다. ‘유니크 트라이얼 프루프’ 시리즈로 불리는 워홀의 실험작을 전시장 한 방에 모두 채워넣었다. 단색 배경에 다양한 색을 올리는 시도를 한 것이 특징인데, 워홀에게 이 과정은 하나의 이미지에 다양한 변용을 주기 위해 했던 연구나 다름없었다.
![앤디 워홀, Joseph Beuys, 1980–3. 워홀의 유니크 트라이얼 프루프로 불리는 45개의 실험작 중 11번째 작품이다. 나일론을 사용해 색을 입혔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01.36879339.1.png)
이번에 나온 요셉 보이스 연구작 중 하나는 레이온을 이용해 색을 입힌 작품이다. 실처럼 묶인 컬러 레이온을 이용해 색을 입혔다. 이 작품은 워홀이 레이온이라는 재료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작업으로 남아 있다. 스크린프린팅과 채색 작업뿐만 아니라 워홀이 연필로 그린 요셉 보이스의 스케치 작업도 함께 걸렸다.
![앤디 워홀, Joseph Beuys, c.1980. 워홀이 빈 캔버스에 두꺼운 연필을 사용해 스케치한 요셉 보이스의 얼굴.](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01.36879355.1.png)
이번 전시 제목에도 두 작가를 향한 갤러리의 존경이 담겼다. 이 두 작가 에게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실험적인 도전정신에 대중과 후대 예술가들이 보다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담아냈다. 전시는 7월 27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