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새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공익광고를 하나 꼽자면 단연 보건복지부의 금연 광고 ‘노담(No 담배)’ 캠페인이다. 복지부가 2022년 내놓은 금연 광고 ‘노담멤버스’는 노담이란 단어를 유행어로 만들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동안 흡연 문제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여겨져온 청소년들이 스스로 담배에 지지 않는 첫 노담 세대로 칭하는 모습을 통해 금연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을 대폭 개선시킨 것이다. 노담멤버스를 필두로 한 복지부의 금연 광고 시리즈 3편은 2022년과 2023년 국내 10여개 광고상을 휩쓸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에게 흡연이 결코 ‘멋진 것’이 아니란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가운데)이 지난해 5월3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6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 및 포럼’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가운데)이 지난해 5월3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6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 및 포럼’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5월31일은 세계 금연의 날

노담 캠페인의 성공에서 옅볼 수 있듯 한국에서 흡연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전체 흡연율은 2009년 27.3%에서 2022년 17.7%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4년 9.2%였던 청소년 흡연율도 2023년 4.2%로 떨어졌다.

흡연률이 빠르게 낮아졌지만 한국의 흡연률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낮은 편은 아니다. 2019년 기준 매일흡연율(15세 이상)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16.4%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16.5%)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남자의 매일흡연율은 28.5%로 OECD 평균보다 7.9%포인트 높았고, 3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이었다. 그나마 한국이 OECD 평균 수준인 이유는 여자의 매일흡연률이 4.4%로 OECD 평균보다 8.4%포인트 낮기 때문이었다.

복지부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흡연에 노출되는 인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금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198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 없는 사회를 위해 매년 5월 31일을 세계 금연의 날로 지정했다. WHO는 올해 세계 금연의 날 주제를 ‘담배 산업으로부터 아동 보호’로 정했다. WHO는 세계 모든 지역에서 청소년이 성인보다 더 높은 비율로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13~15세 청소년 3700만 명이 담배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병청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담배 폐해 기획보고서: 신종 담배 소개’ 보고서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들의 흡연 가능성을 3∼6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상형이나 궐련형 전자담배가 건강에 덜 유해하다는 공인된 근거가 없다는 것이 WHO의 분석이다. 올해 주제인 아동 보호엔 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한 청소년의 니코틴 중독과 건강 폐해를 방지하고, 청소년의 담배 사용을 유도하는 담배 산업의 전략에 대응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담겨있다.

복지부도 세계 금연의 날을 맞이해 오는 31일 담배 없는 사회 실현을 촉구하기 위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1부 기념식에선 WHO와 연계해 금연의 날 주제를 공유한다. 또 2023년 금연 사업 유공자 포상, 아동·청소년이 참여한 흡연 예방 영상 상영, 18기 대학생 금연 서포터즈의 노담 선서 등 행사가 진행된다.

2부 정책 포럼에선 대한금연학회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에서 공동 주관해 ‘담배 산업의 전략과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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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률 41.7% 보건소 금연클리닉

정부는 흡연자를 위한 다양한 맞춤형 금연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2004년 10개 보건소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시작해 2005년부턴 전국 보건소에서 무료 금연상담서비스를 시작했다. 2008년 이후 2023년까지 약 560만 명에게 보건소 금연클리닉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 중 약 230만명이 6개월 금연에 성공해 41.7%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지역사회의 모든 흡연자, 청소년과 외국인을 포함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주민등록상 지역 주민이 아니더라도 접근성과 편의를 고려해 금연 실천을 돕는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는 6개월간 9차례의 상담 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금연 행동강화물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흡연량 또는 니코틴 의존도 검사 결과에 따라 니코틴 패치, 니코틴 껌, 니코틴 사탕 등의 니코틴 보조제를 지급받을 수 있다.

지역금연지원센터는 2015년부터 전국 17개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중증·고도 흡연자 및 장애인, 청소년, 사업장 근로자 등 흡연 취약계층 대상 금연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증·고도 흡연자를 위한 금연캠프는 4박 5일간 합숙하며 금연상담과 교육, 건강검진 및 전문의 진료, 심리상담과 금단증상 관리, 운동 프로그램, 금연 치료제 처방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연서비스 사각지대인 흡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금연 상담사가 직접 찾아가 금연 시도자를 발굴하고 금연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는 흡연자들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금연서비스(금연상담전화, 챗봇 및 온라인 채팅 상담 등)도 제공하고 있다. 전문 금연상담사와의 전화상담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는 금연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카카오톡을 활용한 자동응대 시나리오 기반의 챗봇과 전문 금연상담사와의 1:1채팅상담(카카오톡 친구검색→‘금연상담전화’)도 가능하다. 금연길라잡이 앱을 통해 군장병 대상 모바일 금연지원서비스 제공하는 등 다양한 대상에게 디지털 다채널 상담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 국민에게 흡연의 위험성, 금연 방법, 관련 정책 정보를 더 쉽게 제공하기 위해 초거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AI 금연정보 검색요약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연내 시범 운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AI 전문기업 바이브컴퍼니와 민관협력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한 ‘민간의 초거대 인공지능 활용지원 공모사업’에 선정,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금연 공감 커뮤니티 ‘공감마당’도 금연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월 5000건 이상의 게시물과 댓글을 통해 금연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어려움과 고민을 나누고, 노하우를 공유해 금연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