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시기 만주에서 타국살이…낙동강 방어선 지키다 전사
70년만에 주인 찾은 무공훈장…6·25참전 김희정 중위 신원확인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의 한복판에서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한 참전용사의 신원이 확인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22년 경북 칠곡군 가산면 일대에서 발굴했던 유해의 신원을 고(故) 김희정 중위로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국유단은 '가산면 용수리 인근 야산에서 전투가 치열했다'는 참전용사 증언과 지역주민 제보를 토대로 2022년 9월, 머리뼈부터 발뼈까지 완전한 형태로 남은 유해를 수습했고 이후 전사자 명부 등을 토대로 유족을 찾아 신원을 밝혀냈다.

고인은 1923년 6월 3남 1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젊은 시절 일제강점기 때 가족과 함께 만주에서 살아가다가 해방 이후 경남 창녕군에서 부모를 도와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국방경비대에 입대해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중 6·25전쟁이 터지자 제1사단 15연대 소속으로 참전했고, 1950년 9월 5일 '가산-팔공산 전투' 중 현지에서 장교로 임관했다.

가산-팔공산 전투는 낙동강 방어선의 동쪽 측면을 지키기 위한 전투였다.

국군 제1사단이 1950년 8월 30일부터 9월 22일까지 칠곡 일대에서 대구로 남하를 시도하던 북한군 1사단의 공세를 저지했다.

고인은 장교 임관 보름 만인 1950년 9월 19일 전장에서 27세 나이로 전사했다.

전투 공적을 토대로 고인에게 1954년 10월 25일 은성 화랑무공훈장이 수여됐으나 유가족에게 전달되지 않은 상태였다.

국유단은 이날 유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 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 등을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 때 무공훈장도 함께 전달했다.

고인의 친조카 김창식 씨는 "꽃다운 청춘에 장가도 가지 못하고 일제강점기 때 타국살이에 해방 이후 6·25전쟁까지 참전해 전사한 삼촌의 삶이 안타깝다"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토록 그리던 삼촌의 유해를 국립묘지에 잘 묻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 발굴이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33명으로 늘었다.

이 중 장교는 6명이다.

6·25 전사자 유가족은 전사자의 8촌까지 유전자 시료 채취로 신원 확인에 참여할 수 있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로 전사자 신원이 확인되면 포상금 1천만 원이 지급된다.

관련 내용은 국유단 대표 전화(☎ 1577-5625)로 문의하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