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토·EU 등 요구에 기존 금지방침 재검토 착수
미 군사지원 지연 따른 우크라 열세 만회할 방안
푸틴 "심한 후과" 경고…러 실제 강경대응할지가 변수
확전일까 억제일까…'우크라 러 본토 때리게 하자' 지원론 확산
우크라이나가 서방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때릴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국내외적 압박이 거세지면서 최대 무기원조국인 미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수개월째 관련 제한을 풀거나 완화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최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 동맹국들마저 동조해 미국을 압박 중이다.

그 배경에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열세가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악화했다는 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제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실제 타격할 수 있게 된다면 그 결과가 확전이 될지 억제가 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 우크라 열세 심각…러, 서방무기 사용제한 적극 이용
우크라이나는 미국 야당인 공화당 강경파들의 반대로 미국의 군사지원이 중단된 반년간 1천㎞에 이르는 전선에서 후티를 되풀이했다.

러시아군과 대치하며 소모전을 강요받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포탄 5∼7발을 쏠 때 한 발밖에 쏘지 못할 정도로 물자부족에 시달렸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는 요충지를 비롯한 방어선 곳곳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미 의회는 올해 4월 608억 달러(약 83조원) 상당의 우크라이나 추가원조 예산안을 뒤늦게 처리했지만 이미 숙련병 상당수를 잃은 우크라이나는 좀처럼 열세를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서방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때려선 안 된다는 제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우크라이나군을 농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옛 소련제 무기의 사정권 바깥에 있는 러시아 군사기지에서 장거리 미사일로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타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달 10일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를 겨냥한 공세에 앞서서는 하르키우 도심과 불과 30여㎞ 떨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 너머에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집결시키기도 했다.

확전일까 억제일까…'우크라 러 본토 때리게 하자' 지원론 확산
◇ 젤렌스키 제한해체 촉구…서방, 기존입장 선회 가능성 시사
우크라이나군은 이러한 동향을 알면서도 서방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없어 러시아 병력이 국경을 넘을 때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야만 했다고 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왜 우리는 그들이 모여드는 곳에 무기를 쓸 수 없느냐"면서 서방제 무기에 걸린 사용 제한을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차기 대선과 관련한 국내 정치문제 때문에 자칫 우크라이나가 패배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원죄'를 지닌 미 정치권에선 거센 논쟁이 일고 있다.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서방의 정면 대결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할 것을 우려해 일찌감치 서방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선을 그었던 미 백악관도 "공식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그런 위험에 대한 재평가에 착수했다"고 NYT는 29일 보도했다.

같은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국가 몰도바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미 정부의 관련 입장이 '적응하고 조정'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뒤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방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계속 제한한다면 하르키우를 비롯한 국경 주변 지역을 더는 지키지 못할 수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미 백악관 보좌관 일부는 관련 정책의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으며, 국경 바로 너머의 러시아 공군기지와 보급창고 등 우크라이나 공격 관련 시설에 한정해 미국제 무기 사용을 허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확전일까 억제일까…'우크라 러 본토 때리게 하자' 지원론 확산
◇ 푸틴 "심각한 후과"…핵보유국 러 강경대응 위험에 촉각
문제는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이번 전쟁 이후 추가로 러시아 연방 가입이 선언된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 등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서방무기 사용은 대체로 묵인해 왔으나 명백한 러시아 본토에 이런 무기가 쓰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여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 타격을 허용한다면 '심각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인공위성 등을 통한 지원이 필요해 우크라이나 단독으론 쓸 수 없는 서방제 무기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쓰인다면 서방이 이번 전쟁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 분석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푸틴은 서방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거듭 핵위협을 가해왔다"면서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보복을 가하는 등의 확전 위험은 심각한 우려사항"이라고 말했다.

2010년 개정된 러시아군 군사교리는 '국가 존립에 위협이 있을 때'는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전력으로 공격해오는 적에게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