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 야장거리 차로에서 보행자들이 자동차와 뒤섞여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다빈 기자
종로3가 야장거리 차로에서 보행자들이 자동차와 뒤섞여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다빈 기자
지난 29일 오후 9시께 찾은 서울 종로3가역 6번 출구 앞 야장거리는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50m 정도 거리의 양쪽 도보에는 빨간색, 파란색 간이 테이블이 펼쳐져 있었고, 손님들은 웃고 떠들며 술을 마셨다. '안전한 통행로 확보를 위한 돈화문로 11길 특별 합동단속'이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식당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님들을 끌어모았다. 행인들은 차도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피해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다니는 모습이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종로3가 인근 식당들의 무분별한 야외 확장영업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늘고 있다. 30일 종로구청에 따르면 야외테이블로 인한 교통 불편 민원은 지난해 3~5월 86건, 이번해 3~5월 84건 접수됐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왔다는 임진철 씨(31)는 "인도가 꽉 막혀 차도로 사람이 다녀야 하니까 위험해 보인다"며 "최소한의 통행 공간은 확보해줘야 안전사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식당은 영업 공간으로 신고하지 않은 평상, 야외 테이블 등에서의 옥외 영업은 금지돼 있다. 불법영업을 하다 적발되면 최대 150만원의 과태료와 1차 시정명령부터 2~3차 영업정지(7·15·30일) 등의 행정처분에 처해진다.

종로구는 통행로 안전을 위해 매년 5~6월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과태료가 낮은 수준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종로3가 한식당 주인 곽모 씨(46)는 "코로나 이후 봄, 가을철마다 불법 야외 확장영업 문제는 매년 있었다"며 "벌금보다 벌어들이는 수입이 크니 단속이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속 인력이 부족하고 행정처분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다보니 바로잡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처분을 내리려면 사전통지나 의견청취 절차를 거쳐야 하고, 총 2주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처분 전까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장사를 한다는 얘기다.
종로3가역 6번출구 앞. 거리 초입부터 펼쳐진 야외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김다빈 기자
종로3가역 6번출구 앞. 거리 초입부터 펼쳐진 야외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김다빈 기자
야장거리가 관광지로서 갖는 매력이 커졌고, 단속과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SNS에서 종로3가 야장거리가 관광객과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이 일대의 상권도 회복되고 있어서다. 술집 사장 이모 씨(38)는 "야장거리는 종로3가의 정체성이 됐다"며 "코로나가 끝나고 이제 겨우 살만한데 야장을 막겠다는 건 종로3가를 죽이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종로구는 단속 이후 한쪽 차로를 ‘차 없는 도로’로 조성하는 '돈화문로11길 상생거리조성'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포장마차를 한쪽 차로로 옮기고, 식당들은 업장 앞에 한 줄 정도만 야외 테이블을 깔도록 허용해 보행로를 확보할 예정"이라며 "보행자, 상인, 관광객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