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안팎에선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1·2심이 모두 원고 측 승소로 판결 나면서 상고심 기회도 얻지 못하고 패소가 확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재판은 SK텔레콤 가입자 5명이 2021년 2월 SK텔레콤에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가명 정보 활용과 관련한 첫 재판이다. 가명 정보는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 대체 등의 방법으로 식별 가능성을 낮춘 개인정보를 말한다.
정부는 2020년 8월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가명 처리를 통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되 개인정보 처리자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 2항)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부 이용자가 가명 처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소송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2심에선 개인이 ‘처리 정지’를 요구하면 가명 정보를 이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업계에선 정부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 정보를 처리하는 제도를 도입해 놓고 관련 법 개정을 허술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법엔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할 때 정보 주체 동의 의무를 면제하는 조항이 없다. 업계에선 이 재판 결과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 2항이 무력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통상 상고심 심리 기간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 업계에선 “법률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가명 정보 처리 산업이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