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일행이 지난 28일 청와대 2층에서 만찬을 할 때 켜졌던 남산서울타워 조명. UAE 국기 색으로 조명이 꾸며졌다.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일행이 지난 28일 청와대 2층에서 만찬을 할 때 켜졌던 남산서울타워 조명. UAE 국기 색으로 조명이 꾸며졌다.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일행이 지난 28일 청와대 본관 2층에서 남산서울타워 야간 조명이 UAE 국기색(빨간색, 녹색, 흰색, 검은색)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감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30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무함마드 UAE 대통령의 1박2일 국빈방한 기간 동안 곳곳에서 문화외교가 펼쳐졌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방한 첫날 만찬장 장소로 청와대 2층을 선택했다. 과거 대통령 집무실과 부속실이 있던 곳인데, UAE 정상과 윤석열 대통령의 돈독한 관계를 고려해 이례적으로 만찬장으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본관 2층 테라스를 개방한 것도 이례적이다. 과거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일할 때에도 경호 등의 이유로 테라스를 닫고 있었지만, 이날 UAE 대통령 일행을 위해 개방했다.

무함마드 대통령 일행은 식사 도중 테라스 너머 보이는 남산서울타워에 UAE 국기를 표현한 야간 조명이 켜지자 탄성을 질렀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남산서울타워 외 롯데월드타워도 UAE 국기를 야간 점등으로 이날 표현했다.

대통령실은 만찬 내내 다양한 음악이 연주됐다고 설명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2층 만찬장으로 오를 때는 한국 전통 관악기 생황이 연주됐는데,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참동안 지켜봤다고 한다. 만찬 중에는 피아노 연주가 이어졌다. 무함마드 대통령 일행은 식사 후 테라스로 이동해 가야금, 해금 등으로 구성된 20인조 전통 현악단의 공연을 감상했다.

만찬 전에는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이 창덕궁에서 산책을 했다. 대통령실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평소 산책을 즐겨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산책 코스를 친교일정에 포함시켰다. 윤 대통령이 산책로를 직접 답사했을 정도로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양국 정상은 산책 후 차담을 나눴는데, 차담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한국 전통 관악기 대금의 이영섭 명인이 연주를 했다. 홍삼 거품을 얹은 흑구기자차와 식용 꽃잎을 올린 꽃말이 떡, 오미자 제주화귤 화채 등이 나왔다. 무형문화재 124호인 최성우 총괄디렉터가 차담 준비를 맡았다고 한다.

차담회에는 김건희 여사와 무함마드 대통령의 장녀인 마리암 번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국책사업 담당 부의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마리암 부의장에게 "한국을 첫 국빈방문 수행국가로 선택해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고, 마리암 부의장은 "첫 국빈 방문 수행을 한국으로 오게 돼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의 한국 마지막 일정은 윤 대통령 관저에서 이뤄진 차담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키우는 은퇴 안내견 새롬이와 최근 구조한 유기묘가 낳은 새끼고양이 등이 대화 주제 중 하나였다고 한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반려견을, 마리암 부의장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UAE 대통령 부녀는 윤 대통령 부부와 유기묘 및 새끼고양이를 봤고, 마리암 부의장은 "새끼고양이를 데려가고 싶다"는 농담도 했다.

윤 대통령은 UAE 대통령의 1박2일 국빈 방한 기간 동안 사진을 담은 액자와 동영상을 제작해 전달했다. 김 여사는 방한에 동행하지 않은 무함마드 대통령의 모친인 셰이카 파티마 빈트 무바라크 알 케트비 여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파티마 여사는 'UAE의 국모'로 불린다. 김 여사와 파티마 여사는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의 UAE 국빈방문 당시 인연을 맺었다.

김 여사는 "여사님께서 보여주신 한국과 저희 부부에 대한 존중, 배려를 결코 잊을 수 없다"며 한국과 UAE 두 나라의 성숙한 우정이 역사 속에서 빛나는 업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해 UAE 순방 당시 무함마드 대통령이 워낙 성대하게 환영을 해서 윤 대통령 부부는 어떻게 화답을 할 지 순방 직후부터 고민을 했다"며 "무작정 화려하고 성대하게 환영하기 보다는 한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문화와 전통을 통해 화답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