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립금리 -0.2~1.3%…고령화·불평등 심해지면 더 떨어진다"
한국의 중립금리가 '-0.2~1.3%'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4가지 모형으로 추정한 결과다. 고령화, 재정정책, 소득불평등, 기후변화 등은 향후 중립금리 수준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지목됐다.

31일 한국은행이 개최한 BOK콘퍼런스에서 도경탁 한은 통화정책국 과장은 '한국의 중립금리 추정'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준구조모형 두가지와 시계열모형 두가지를 통해 각 모형이 제시한 수치를 범위로 나타낸 것이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자금의 공급과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중립금리보다 실질금리가 더 크면 긴축적, 아래쪽이면 완화적으로 판단한다. 최근 미국이 연 5.25~5.50%라는 높은 정책금리 수준을 유지하는데도 경제가 계속 성장하면서 중립금리 자체가 높아져 연 5%의 금리가 긴축적이지 않은 게 아니냐는 논쟁이 촉발됐다.

도 과장은 한국의 중립금리가 2000년 1분기 1.4~3.1%에서 2020년 1분기 -1.1~0.5%까지 하락한 후 팬데믹을 거치면서 올해 1분기 -0.2~1.3%로 소폭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상승으로 전환한 것인지는 조금 더 데이터를 쌓은 후 재평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이같은 중립금리 추이는 주요국과 유사한 것이다. 미국과 유로지역의 중립금리 추정치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팬데믹 이후 상승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중립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는 인구구조, 재정정책, 생산성, 소득불평등, 기후변화 등이 꼽혔다.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가 지속되면 중립금리는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에 따른 것이다. 소득불평등이 심화할 경우엔 저축성향이 높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저축률이 상승하면서 중립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위험선호 흐름으로 저축 대신 투자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거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가 증가할 경우엔 중립금리가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도 과장은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에 기반한 잠재성장 제고 여부가 향후 추이 관련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며 "구조적 변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