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칼럼] 연금개혁에서도 배제된 기업, 언제까지 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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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보험 노사 9.4%, 10.9% 부담
정작 중요한 결정 땐 기업 '패싱'
22대 국회, 노동계 16명 역대 최다
경영자는 7명, 더 기울어진 판
늘어나는 부담 설득·이해시키고
'규제개혁과 맞교환' 접근 필요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정작 중요한 결정 땐 기업 '패싱'
22대 국회, 노동계 16명 역대 최다
경영자는 7명, 더 기울어진 판
늘어나는 부담 설득·이해시키고
'규제개혁과 맞교환' 접근 필요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거창한 특별위원회까지 가동해온 21대 국회가 임기 종료 며칠 전에 내놓은 국민연금 개선안을 놓고 허둥댄 것은 공부하지 않는 학생의 벼락치기 학습 그대로였다. ‘모수개혁이냐, 구조개혁 병행이냐’ 논쟁이 뒤늦게 불거진 것도 어이없다. 3대 국정 과제라고 외쳐오더니 이제 와서 “국회의 일”이라는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 속 보이는 네 탓 공방 네댓새 만에 결국 22대 국회 일이 됐다. 이왕 이렇게 된 만큼 조기에 제대로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원점 재검토론’이 나오고 지루한 공방이 반복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새내기 의원들의 무서운 행보 때문만이 아니다. 어떻게 가든 핵심은 ‘더 내기’인데, ‘더 받기’까지 따라붙은 게 치명적 함정이다.
그간의 과정만으로도 한국 정책사에서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이번 연금개혁에서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게 있다. 기업 부담이다. 부담률(보험료)이 13%가 되든 15%로 가든 절반은 기업이 부담한다. 최대 이해당사자를 지금처럼 대우해선 안 된다. 기업은 봉이 아니다. 법인도 입장이 있고 의사가 있다. 다만 신중하고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다. 국회도 정부도 이점을 착각해선 안 된다.
기업 부담 실상을 보자. 국민연금의 절반만 부담하는 게 아니다. 건강·고용보험도 피고용인과 똑같이 나눠 낸다. 산재보험료는 전액 부담한다. 4대 공적보험료로 임금의 10.9%를 부담하고 있다. 수혜 당사자, 근로자의 9.4%보다 많다. 물론 세금은 별도다. 법인세는 기본이고 부가가치세, 법인분 양도소득세도 있다. 취득세도 법인은 개인보다 고율이다. 기업의 다중 세금은 원래 그렇다 쳐도, 공적보험의 기업 부담률은 이 상황에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을 위시해 급팽창한 한국형 복지의 기반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은 잦을수록 좋다. 그래야 지속 가능해진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업주 목소리, 기업 의견은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 ‘당이 정하면 군소리 말고 따라 오라’인가. 여기가 북한인가.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여러 경로로 입장을 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등이 정부와 국회에 낸 거듭된 정책 건의서가 그렇다. 학계와 언론의 제안과 대안도 많다. 조세와 준조세, 일반 부담금을 합리적으로 정비해 지속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아니면 돈 부담은 어떻게라도 해볼 테니 경영 지원 차원에서 낡고 완고한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기업들은 요청해왔다. 최근 한경협의 ‘경제활성화 110개 입법과제’와 대한상공회의소 건의도 그런 내용이다.
22대 국회에서도 사정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노동운동가 출신 의원이 16명으로 역대 최대 숫자다. 21대 15명에서 1명 늘었다. 노조 활동 등이 화려한 선수들이다. 반면 경영자 출신은 7명이다. 기업 경력으로 분류 범위를 최대한 넓혀도 14명에 그친다.
늘어날 연금보험료는 무조건 내면서 요구조건 하나 제대로 반영이 안 되면 기업은 당하고만 있을까. 이 부담도 늘고 저 분담금도 증가하는데 투자가 계속될까. 고용이 유지되고 확대될까. 해외 자본의 한국 투자는 또 어떨까. 국회도 정부도 여기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이탈과 산업 공백은 인재·기술력·자본의 동시 이탈을 의미한다. 기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쟁력도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안 그래도 최근 대한상의의 ‘국민 기업 호감도 조사’를 보면 54점이다. ‘긍정 평가’의 기준선인 50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래저래 전망은 밝지 않다.
연금개혁 논의에서 기업 대우는 한 단면이다. 5만달러 시대로 가려면 한국 기업 위상이 이보다는 나아져야 한다. 국민연금 정상화의 기본인 모수 개혁, 그 출발점인 보험료율 인상 논의에서 부담의 공동 주체인 기업을 배제한 것은 잘못이다. 기업이 사회적 먹이사슬의 바닥을 떠받치며 언제나 봉 노릇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말 없는 법인격이라고, 국민 호감도가 낮다고 마구잡이로 때리다가 역습을 받을 수 있다. 하나씩 문을 닫거나 나라 밖으로 달아나는 암흑의 날이 닥칠까 겁난다. 파업은 노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본가 파업도 있고, 기업 태업도 가능하다. 4대 보험료를 올릴 때 올리더라도 기업을 상의 파트너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과 교환이라면 의미 있는 사회적 거래가 될 것이다.
그간의 과정만으로도 한국 정책사에서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이번 연금개혁에서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게 있다. 기업 부담이다. 부담률(보험료)이 13%가 되든 15%로 가든 절반은 기업이 부담한다. 최대 이해당사자를 지금처럼 대우해선 안 된다. 기업은 봉이 아니다. 법인도 입장이 있고 의사가 있다. 다만 신중하고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다. 국회도 정부도 이점을 착각해선 안 된다.
기업 부담 실상을 보자. 국민연금의 절반만 부담하는 게 아니다. 건강·고용보험도 피고용인과 똑같이 나눠 낸다. 산재보험료는 전액 부담한다. 4대 공적보험료로 임금의 10.9%를 부담하고 있다. 수혜 당사자, 근로자의 9.4%보다 많다. 물론 세금은 별도다. 법인세는 기본이고 부가가치세, 법인분 양도소득세도 있다. 취득세도 법인은 개인보다 고율이다. 기업의 다중 세금은 원래 그렇다 쳐도, 공적보험의 기업 부담률은 이 상황에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을 위시해 급팽창한 한국형 복지의 기반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은 잦을수록 좋다. 그래야 지속 가능해진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업주 목소리, 기업 의견은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 ‘당이 정하면 군소리 말고 따라 오라’인가. 여기가 북한인가.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여러 경로로 입장을 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등이 정부와 국회에 낸 거듭된 정책 건의서가 그렇다. 학계와 언론의 제안과 대안도 많다. 조세와 준조세, 일반 부담금을 합리적으로 정비해 지속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아니면 돈 부담은 어떻게라도 해볼 테니 경영 지원 차원에서 낡고 완고한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기업들은 요청해왔다. 최근 한경협의 ‘경제활성화 110개 입법과제’와 대한상공회의소 건의도 그런 내용이다.
22대 국회에서도 사정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노동운동가 출신 의원이 16명으로 역대 최대 숫자다. 21대 15명에서 1명 늘었다. 노조 활동 등이 화려한 선수들이다. 반면 경영자 출신은 7명이다. 기업 경력으로 분류 범위를 최대한 넓혀도 14명에 그친다.
늘어날 연금보험료는 무조건 내면서 요구조건 하나 제대로 반영이 안 되면 기업은 당하고만 있을까. 이 부담도 늘고 저 분담금도 증가하는데 투자가 계속될까. 고용이 유지되고 확대될까. 해외 자본의 한국 투자는 또 어떨까. 국회도 정부도 여기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이탈과 산업 공백은 인재·기술력·자본의 동시 이탈을 의미한다. 기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쟁력도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안 그래도 최근 대한상의의 ‘국민 기업 호감도 조사’를 보면 54점이다. ‘긍정 평가’의 기준선인 50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래저래 전망은 밝지 않다.
연금개혁 논의에서 기업 대우는 한 단면이다. 5만달러 시대로 가려면 한국 기업 위상이 이보다는 나아져야 한다. 국민연금 정상화의 기본인 모수 개혁, 그 출발점인 보험료율 인상 논의에서 부담의 공동 주체인 기업을 배제한 것은 잘못이다. 기업이 사회적 먹이사슬의 바닥을 떠받치며 언제나 봉 노릇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말 없는 법인격이라고, 국민 호감도가 낮다고 마구잡이로 때리다가 역습을 받을 수 있다. 하나씩 문을 닫거나 나라 밖으로 달아나는 암흑의 날이 닥칠까 겁난다. 파업은 노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본가 파업도 있고, 기업 태업도 가능하다. 4대 보험료를 올릴 때 올리더라도 기업을 상의 파트너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과 교환이라면 의미 있는 사회적 거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