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수國 반열 오른 한국…건강 수명도 늘려야"
“세계 최장수 국가 반열에 오른 한국의 장수 비법을 각국에서 궁금해합니다.”

한국백세인연구단을 이끄는 박광성 전남대 의대 교수(사진)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 장수학회인 국제백세인컨소시엄(ICC)의 2026년 개최국으로 한국이 낙점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ICC는 미국 스웨덴 프랑스 일본 등 선진 15개국을 중심으로 장수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의학자·과학자·심리학자·인구학자의 학술대회다. 한국은 2006년과 2013년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한다. ICC 30년 역사상 아시아 최다 개최국이 된다.

박 교수는 지난 14~15일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28차 ICC에 이정화 전남대 생활복지학과 교수와 함께 참석했다. 박 교수는 전남대 비뇨의학과 교수이면서 노화과학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아시아 최초의 국제성의학회 사무총장인 세계적 성의학자다. 이정화 교수는 백세인의 비유전적 요인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대가다.

박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 스위스 다음으로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된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며 "많은 국가에서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3년에서 2021년 83.6년으로 늘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50여 년 만에 20년 넘게 증가했다.

전 세계 장수학자의 시선을 끈 건 한국의 백세인 연구 성과다. 국제노화학회장과 ICC 의장을 지낸 박상철 전 서울대 교수가 주도해 이끈 한국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생활 습관, 노인복지, 환경생태 등 비유전적 요인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공개했다. 박 교수는 “신선한 나물과 발효음식, 부지런한 생활 습관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전통 장수 비법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ICC를 이끌고 있는 레너드 푼 미 조지아대 교수(왼쪽 두번째)와 피터 마틴 아이오와대 교수(세번째)가 한국 백세인 연구 성과가 담긴 책을 들고 박광성 전남대 의대 교수(첫번째), 이정화 전남대 교수(네번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광성 교수 제공
ICC를 이끌고 있는 레너드 푼 미 조지아대 교수(왼쪽 두번째)와 피터 마틴 아이오와대 교수(세번째)가 한국 백세인 연구 성과가 담긴 책을 들고 박광성 전남대 의대 교수(첫번째), 이정화 전남대 교수(네번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광성 교수 제공
박 교수에 따르면 이번 네덜란드 ICC에선 ‘칼로리 제한식’이 신경 손상과 유전자 변이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포만감이 들지 않도록 음식을 먹어야 오래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장수촌인 사르데냐의 장수 비법으로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가족 간 유대관계, 자연 친화적인 생활환경, 목적이 있는 삶 등도 소개됐다.

그는 “한국의 기대수명은 높지만 유병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하게 사는 건강수명은 73.1세로 격차가 크다”며 “건강수명을 늘려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장수 연구가 필요한데,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일본 연구진은 70세부터 100세까지 30년간 장기간 추적 관찰하는 백세인 종적 연구에서 한국을 크게 앞서 있다"며 "한국도 70대부터 노화코호트(집단) 구축과 장수유전체분석을 통한 바이마커 개발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 '한국백세인연구재단(가칭)' 설립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