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쓸 돈 많은 미국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지만 국채 매수세는 오히려 줄고 있다. 일각에선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가 연 6%를 넘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줄어드는 미 국채 수요

1800억弗 쏟아진 美국채…"살 사람이 없다"
29일(현지시간) 440억달러 규모의 7년 만기 미 국채 입찰이 끝나자 채권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7년 만기 국채 응찰률이 이전 평균치인 2.53배보다 낮은 2.43배로 나와서다. 이날 오전까지 연 4.5%대를 유지하던 10년 만기 금리는 입찰 결과가 나온 오후 1시 이후 연 4.6%를 넘어섰다. 기준금리 동향을 반영하는 2년 만기 금리는 7년 만기 경매 발표 직후 연 5%를 돌파하기도 했다.

전날 이뤄진 2년 만기와 5년 만기 국채 입찰도 흥행에 실패했다. 690억달러 규모의 2년 만기 경매에서 응찰률은 2.41배로 최근 6회 평균(2.59배)보다 낮았다. 700억달러의 5년 만기 응찰률도 2.3배로 평균(2.41배)에 못 미쳤다.

기준금리 인하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국채 수요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강한 미국 경제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뒤로 밀리면 국채 금리가 오르고 국채 가격은 떨어진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날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활동이 4월에 확장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12개 지역 중 8개 지역에서 일자리가 완만하게 증가했고 나머지 4개 지역에선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Fed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도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전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좀 더 확인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공개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여러 Fed 인사가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하면 추가 긴축을 할 의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수요 부진 이어지나

시장은 이틀간 1800억달러 상당의 미국 국채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국채시장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했다. 크리스 자카렐라 인디펜던트어드바이저얼라이언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시장은 이번 경매를 통해 나온 국채를 소화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채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발행 물량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가 이달 1일 발표한 국채발행계획(5~7월)에 따르면 6월과 7월에도 각각 3150억달러 규모의 국채가 발행된다.

반면 미 국채 수요는 구조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국채 투자의 큰손 역할을 해온 중국은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미 국채를 팔고 있다. 중국은 자산 다각화라는 명분으로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대신 금을 18개월 연속 사들이고 있다.

일본의 국채 보유액도 2021년 3월 1조2726억달러에서 올 3월 1조1878억달러로 감소했다. 일본은 올 들어 미 국채 보유량을 소폭 늘렸지만 급락한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언제든 미 국채를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한 행사에서 “경기 연착륙이 어려워지면 빚이 많은 기업 등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10년 만기 국채가 연 6%인 것을 본 적이 없겠지만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채 금리가 하락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솔리타 마르첼리 UBS자산운용 미주지역 CIO는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성장이 둔화하면 Fed가 올해 마지막 몇 달 동안 금리를 인하하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연 3.85%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