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군사 용도로 전용될 수 있는 항공우주·조선 분야 부품과 장비, 소프트웨어에 대해 수출통제 조치에 들어갔다. 미국과 우방국이 이미 다자간 수출통제 체제를 통해 이중 용도 품목을 수출통제하는 만큼 이에 맞대응하는 성격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미·중 패권 경쟁이 첨단산업에 이어 군사 분야로도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 항공우주·조선 소부장까지 수출통제
30일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에 항공우주와 조선 분야 금형장비, 소프트웨어 및 관련 기술,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섬유 등에 대해 수출통제에 나서겠다고 공고했다. 상무부는 전날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 중국은 이번 수출통제 조치를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 등 서방에 대응하는 ‘맞불’ 성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중국이 수출통제를 결정한 항공우주·조선 분야 금형장비 등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가 수출통제 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이에 맞춰 같은 수위로 군사 목적 소부장의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취지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이번에 수출통제를 하는 품목은 바세나르 체제에 따라 이미 다른 국가에서 통제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관행”이라고 한국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가 언급한 바세나르 체제는 무기나 무기 전용이 가능한 기술·소재 수출을 통제하는 국제협력 체제다. 냉전 시대 공산권에 전략 물품이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코콤’이라는 수출통제 체제를 뒀는데,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코콤을 대체한 게 바세나르 체제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자유주의 진영은 물론이고 러시아·체코 등 옛 공산권 국가까지 총 42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이번 수출통제는 지난해 8월 갈륨·게르마늄, 12월 흑연에 이은 후속 조치다. 갈륨과 게르마늄, 흑연은 모두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원료다. 미·중 갈등 속에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통제 조치에 맞서 중국이 첨단산업용 핵심 광물을 무기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후속 조치로 군사 용도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도 수출통제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신수출통제 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보여주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미국은 바세나르 체제에 포함된 러시아 등이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에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우방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다자간 수출통제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 상무부의 수출통제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한국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항공우주는 한국과 중국의 연결고리가 크지 않지만, 조선업은 상호 수출입 품목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분야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수출통제 품목과 수출입 현황을 따져봐야 한국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며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