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지휘부에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친 검사들이 대거 포진해 주목된다. 2022년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부활한 서울남부지검의 수사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서울남부지검에는 부장급 검사 20명이 새로 부임한다. 이 중 6명이 대검·서울중앙지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수사 지휘부에는 기획통으로 알려진 이희동 대검 공공수사기획관(32기)과 김종우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33기)이 각각 1·2차장검사를 맡아 신응석 신임 서울남부지검장(28기)을 보좌한다. 1차장 산하에는 중요경제범죄조사단, 형사1~5부가 있다. 2차장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금융조사1·2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 등을 총괄한다.

금융·증권범죄합수부에는 공준혁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35기)이 부임한다. 합수부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를 기소했고,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귀국할 경우 사건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라임 사태 재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카카오그룹 수사에 속도가 날지도 주목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소환 여부가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가운데 금융조사2부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사건으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기소한 것 외에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조사1·2부에는 각각 김수홍 대검 정책기획과장(35기)과 장대규 부산지검 부부장(37기·금융위원회 파견 복귀)이 배치된다. 1부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과 카카오엔터의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을 수사 중이다.

서울남부지검은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대 펀드 재수사를 의욕적으로 벌이는 것은 물론 기소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증권 범죄 기소 인원은 902명으로 2020년(573명)에 비해 57.4% 늘었다. 추징보전 총액은 4449억원에서 1조9796억원으로 4.5배가량 증가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가 검찰 내 주요 인재를 서울남부지검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복원된 금융·증권범죄 수사 시스템을 바탕으로 불법 공매도 등 자본시장 교란사범에 대한 수사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