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산체스 총리 "정치에서도 용서가 분노보다 강해"
보수 진영 반발 거세 추후 법적 이의제기 가능
스페인 하원,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사면법 최종 승인
스페인 하원이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지난해 재집권하는 조건으로 내건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사면 법안을 30일(현지시간) 최종 승인했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스페인 하원은 이날 찬성 177대 반대 172표로 사면법안을 가결했다.

산체스 총리가 속한 사회노동당(PSOE)과 좌파 동맹,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을 비롯해 군소 정당들이 사면법 통과에 힘을 실었다.

보수성향의 국민당(PP)과 극우 정당 복스(VOX)는 예상대로 반대표를 던졌다.

산체스 총리는 사면안이 최종 통과되자 엑스(X·옛 트위터)에 "인생과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용서는 분노보다 더 강력하다"며 "오늘날 스페인은 2017년보다 더 번영하고 더 단합돼 있다.

조화롭게 사는 게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환영했다.

사면 대상자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카탈루냐 독립운동과 관련해 처벌받은 이들이다.

2017년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를 주도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자치정부 수반 등 당시 정부 관계자들과 시위에 참여한 시민, 시위 과잉 진압으로 처벌받은 경찰관 등 수백명이 사면될 전망이다.

분리주의 진영은 그 수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산체스 총리가 밀어붙인 사면안에 반발하는 여론도 커 추후 법적 이의제기에 휘말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일각에선 사면안이 특정 스페인 시민을 다른 시민보다 우대해 평등의 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산체스 총리의 사회노동당은 의회의 총리 인준안 표결 과정에서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인 '카탈루냐와 함께'의 지지를 받는 대가로 2017년 카탈루냐 분리 독립 시도 과정에 연루된 이들을 대거 사면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 덕분에 산체스 총리는 가까스로 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이후 정부는 사면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했으나 분리주의 정당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올해 1월 하원에서 부결됐다.

정부는 푸지데몬 전 수반 등도 추후 사면받을 수 있게 법안을 수정한 끝에 지난 3월 하원의 승인을 받았다.

상원은 이달 초 사면 법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스페인법은 이런 경우 하원이 다시 표결해 승인하면 법안이 최종 의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