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내전' 발발한 美…25개주 바이든 탈석탄에 반기 들었다[원자재포커스]
AI發 전력급증에 은퇴 늦추는 석탄화력발전소
"향후 5년 전력수요 연 4.7% 늘어" 이전 2배
25개 주는 "2032 탈석탄 무효" 청원서 제출


미국 석탄화력발전소들이 은퇴 시기를 늦추고 있다. 인공지능(AI)·암호화폐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기존 계획보다 급등하면서다. 각 주(州)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2032년 탈석탄' 목표에 맞서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미국 전력발전사 알리안트에너지는 위스콘신주 석탄화력발전소의 천연가스발전소 전환 시점을 2025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알리안트는 석탄 사용을 유지함으로써 2030년까지 전력 발전 용량을 유지하고 6000만달러(약 830억원)의 고객 비용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발전사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2032년 탈석탄' 목표에도 불구하고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시기를 늦추고 있다. 2018년 와이오밍주 글렌록 한 석탄 화력발전소 뒤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AP
미국 발전사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2032년 탈석탄' 목표에도 불구하고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시기를 늦추고 있다. 2018년 와이오밍주 글렌록 한 석탄 화력발전소 뒤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AP
오하이오주에 본사를 둔 퍼스트에너지는 지난 2월 탈석탄 목표를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포트마틴·해리슨 석탄화력발전소가 지역 전력을 적절하게 공급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지아주에 위치한 서던코는 2028년 퇴역 예정인 자사 석탄발전소를 급격히 증가하는 전력 부하로 인해 2030년까지도 유지할 수 있다고 지난해 11월 시사했다.

S&P글로벌커머디티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기준 2030년까지 폐기 예정인 미국 석탄발전소 규모는 총 54기가와트(GW)로 지난해보다 약 40% 줄어들었다.

미국 발전사들이 화력발전소 폐쇄를 늦추는 것은 AI·암호화폐 채굴·클라우드 기술의 발달로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력망 사업자들은 향후 5년간 미국 전력 수요가 연평균 4.7%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2년 전력 수요 증가율 2.6%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미국 전력발전연구소(EPRI)는 지난 2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30년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의 2배가 넘는 9%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최대 탄광회사 중 하나인 얼라이언스리소스파트너의 조 크래프트 최고경영자(CEO)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할 만큼 화석연료 발전소를 빠르게 대체할 수는 없다"라며 "AI 선구자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것을 유지하도록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1년 국제 석탄 가격 추이. 단위:달러/t. 트레이딩이코노미스
최근 1년 국제 석탄 가격 추이. 단위:달러/t. 트레이딩이코노미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32년 석탄발전 폐지'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 환경보호국(EPA)은 지난달 2032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그러자 인디애나·플로리다조지아·텍사스 등 25개 주는 지난 9일 이를 무효로 해달라는 청원서를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제출했다. 에릭 홀콤 인디애나주 주지사(공화당)는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AI 전쟁에서 절대 패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랑스 파리의 친환경 싱크탱크인 REN21은 '글로벌 선거의 해'를 맞아 올해 전 세계 산업·농업 분야에 수조달러 규모의 화석연료 보조금이 지급돼 에너지전환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30일 발표했다. 라나 아디브 REN21 전무이사는 "많은 국가에서 선거를 앞두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비용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