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충남 태안의 한 해수욕장 쓰레기장에서 유기된 강아지들 /사진=보배드림 캡처
20일 충남 태안의 한 해수욕장 쓰레기장에서 유기된 강아지들 /사진=보배드림 캡처
"반려동물이 무슨 쓰다 버리는 물건도 아니고..."

지난달 20일 충남 태안의 한 해수욕장 쓰레기장에서 강아지 6마리가 각종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 속에서 발견됐다. 당시 강아지들은 막 태어나 아직 탯줄까지 달고 있었다. 다행히 행인에게 발견돼 구조됐지만, 4마리는 결국 폐사했다. 앞서 9일엔 경기 성남의 한 공영 주차장에서 한 유기견이 가드레일에 묶인 채 발견돼 또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렇게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일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범행에 대한 처벌 조항은 동물보호법에 존재하지만, 동물 학대보다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물보호법 강화됐는데 왜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책임 있는 사육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1991년 제정됐다. 이후 반려동물 급증에 따라 2022년 동물 학대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관리의무를 강화하는 세부 조항이 추가됐다.

반려동물 유기 시 처벌을 규정한 조항인 제8조 제4항, 제46조 제4항도 이때 마련됐다. 해당 조항들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버리다 적발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과거엔 '과태료'에 그쳤지만, 평생 기록에 남는 '형사 처벌'으로 그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인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동물 학대보다 그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과 제97조 제1항에 따르면, 학대를 통해 동물을 죽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어 유기로 적발됐을 때보다 처벌 강도가 더 세다.

"처벌 약해 가볍게 생각해"

전문가들은 "처벌 규정이 약하면 당연히 범죄 행위에 대해 가볍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관련법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소속 한주현 변호사는 "유기는 곧바로 반려동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대만큼이나 중대한 범죄지만, 여전히 반려동물 유기가 형사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선 반려동물과 주인을 식별할 수 있는 '동물등록제'가 활성화돼 유기 후 신고로 이어지는 프로세스가 제대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2022년 동물 유기 과태료가 벌금형으로 전환된 이후 대법원에서 관련 조항을 적용해 실제 최종 유죄를 판결한 건수는 10여건에 불과하다"며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큼 법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해볼 때"라고 말했다.

한편,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된 반려동물 수는 11만1706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개가 8만124마리(71.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고양이는 2만9896마리(26.8%)로 그 뒤를 이었다. 이렇게 유기된 동물 중 안락사, 자연사 등으로 사망하는 비율은 무려 51%에 달한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