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근화 교수, 이응준 공공임상교수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근화 교수, 이응준 공공임상교수
국내 급성 뇌경색 환자의 병원 도착 지연 시간이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골든타임인 4시간 반 만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37%에 불과했다.

서울대병원은 정근화 신경과 교수와 이응준 공공임상교수팀이 2012~2021년 전국 61개 병원에서 한국뇌졸중등록사업에 등록된 급성 뇌경색, 일과성허혈발작 환자 14만4014명을 분석했더니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31일 발표했다.

뇌경색 치료는 4.5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국내에선 이런 골든타임 안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여전히 많지 않다. 지역 간 격차도 크다.

교수팀은 환자의 병원 도착 지연을 증상 발현 시간부터 병원 도착 시간까지의 시간으로 정의했다. 이들 중 270분 안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12~2021년 병원 도착 지연 중앙값은 460분이었다. 4.5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36.8%에 불과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병원 도착 지연 시간이 가장 짧은 429분이었지만 이후 소폭 증가해 그 수준이 유지됐다. 뇌경색 치료 핵심은 환자의 빠른 병원 진료인데 10년 간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교수팀은 전했다.

정맥내 혈전용해술 치료를 받은 환자의 비율도 2014년 9.2%에서 2021년 7.8%로 감소했다. 이 치료는 환자가 뇌경색 증상 발생 후 4.5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야 시행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지니계수를 사용해 지역 간 병원 전 단계 소요 시간 격차를 평가했더니 지역 간 불균형이 0.3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유지됐다. 지역 간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이런 높은 불평등은 응급의료 서비스와 자원 분포, 지역별 교통 상황, 의료 인프라 접근성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별 맞춤형 대책과 자원 배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병원 도착이 늦어진 이유로는 경미한 증상(1.55배), 기존 질환(1.44배), 당뇨병(1.38배), 65세 초과 고령(1.23배), 흡연(1.15배), 고혈압(1.12배), 여성(1.09배) 등이 꼽였다. 이런 요인을 가진 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병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과거 뇌졸중이나 일과성허혈발작·관상동맥질환 병력이 있을 때, 심방세동을 진단받았을 때, 지역 내 인구 10만 명 당 구급차 수가 많을 때는 4.5시간 안에 병원을 찾을 가능성이 높았다.

병원 도착 지연이 4.5시간을 초과한 환자는 혼자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로 퇴원할 가능성이 낮았다.

정 교수는 "전국 어디에 거주하더라도 동일한, 높은 수준의 뇌졸중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뇌졸중 안전망' 구축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정책을 통해 뇌경색 발생 환자의 병원 방문까지 소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했다.

질병관리청과 대한뇌졸중학회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뇌졸중저널(European Stroke Journal)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