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창정.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가수 임창정.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SG증권발(發) 폭락 사태'를 미리 인지하고 주식을 팔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혐의를 벗었다. 시세조종 일당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았던 가수 임창정 씨도 재판행을 면했다.

3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는 전날 김 전 회장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 "시세조종 미리 알았다"…1년 수사 끝에 불기소

김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20일 다우키움그룹의 지주사인 다우데이터 주식 140만 주를 시간외 거래(블록딜)로 605억 4300만 원에 매도했다. 2거래일 이후인 4월 24일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 창구를 통해 대성홀딩스, 삼천리 등 8개 종목의 주가가 급락한 'SG 사태'가 발생했다. 사태의 주범으로 꼽힌 라덕연 전 호안 대표는 다음 달 구속기소됐다.

사태 직후 김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인 키움증권을 통해 미공개된 투자정보를 전달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김 전 회장 측은 "어떠한 불법행위도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라 씨와의 연루 의혹이 커지고 그룹의 평판 악화 우려가 나오면서 스스로 회장직을 내려놨다. 매각 대금은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서울 여의도동 키움증권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임대철 기자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서울 여의도동 키움증권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임대철 기자
1년간의 수사 끝에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합수부는 "키움증권이 김 전 회장에게 시세조종 종목에 대한 정보를 보고한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주식 매각을 검토한 시점이 지난해 1월이었던 점 △김 전 회장이 매각을 시도한 것이 지난해 3월부터였던 점을 확인했다고도 덧붙였다.

키움증권이 차액결제거래(CFD) 증거금률을 40%에서 100%로 변경해 반대매매와 주가 하락이 발생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증거금률이 변경된 것은 주가폭락일장 종료 시점 이후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일축했다.

○ 라덕연과 친분 과시한 임창정도 불기소…최초 제보자는 재판행

라 씨 일당과 공범 의혹이 일었던 가수 임창정 씨도 불기소 처분이 나왔다. 임 씨는 라 씨 일당의 모임에 참석해"라 씨는 주식 투자에 뛰어난 사람이다" 등 라 씨를 치켜세우는 발언을 한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임 씨가 실제로 라 씨 일당에 수십억 원을 투자했던 점도 의혹에 불을 붙였다.

다만 검찰은 임 씨가 라 씨의 시세조종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검찰은 "모임에서 발언은 임 씨가 투자 전에 이뤄졌고, 친분 과시를 위해 즉흥적으로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임 씨가 라 씨 측으로부터 투자 수익금을 받거나 투자유치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임 씨가 추진한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관련해서도 라 씨 일당의 투자 수익금을 정산하는 방법으로 저작인접권을 이용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라 씨 조직의 초기 동업자이자 시세조종 사실을 제보한 김모 씨(44)는 자본시장법과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전날 불구속 기소됐다. 김 씨는 2020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라 씨와 함께 상장기업 주식을 시세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SG 사태와 관련해 기소된 인원은 현재까지 라 씨를 포함해 총 57명(구속 14명)이다. 라 씨 일당이 SG 사태로 730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주가조작 범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