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올해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이 이달 공사 재개에 나선다. 강북 재개발 최대어가 반년 만에 공사 재개에 나서자 정비업계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조1구역 공사가 이달 중순 재개될 전망이다.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이 이달 11일 임시총회를 열고 새 집행부 구성에 나서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에서 새 집행부가 구성되면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혀왔던 만큼 이르면 오는 12일부터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11일 임시총회를 소집해 조합장과 감사, 이사 등을 선임한다"며 "정식 집행부가 구성되면 곧바로 공사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조1구역은 대조동 일대 11만2000㎡ 부지를 재개발해 지하 4층∼지상 25층, 28개 동 2451가구를 짓는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이다. 총공사비는 5807억원이다.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대조1구역은 은평구 재개발 대장주로,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2022년 10월 착공했지만, 조합이 1년 이상 소송전으로 내분을 겪은 끝에 집행부가 모두 공석이 됐다. 집행부 공석으로 1년 치 공사비 180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올해 1월 1일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는 지난 4월 법원이 임시조합장을 결정하면서 정식 집행부 선임을 위한 투표와 총회 준비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강북 재개발 최대어 대조1구역…오는 12일 공사 재개 전망

현대건설은 집행부가 구성되면 공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못 받은 공사비보다 조합의 공회전으로 의사결정이 불가능했던 점이 공사 중단의 직접적인 이유였기에, 조합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공사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공사 재개를 위해 협력 업체도 다시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당장 표면에 드러난 것은 공사비 미지급이었지만, 실제로는 조합이 멈춰선 탓에 의사결정이 불가능해 공사 진행이 불가능했던 이유가 크다"며 "아파트 문고리나 전등 같은 부분까지 조합에서 확정해줘야 하는데, 조합장이 공석으로 있으면서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비 협상과는 별개로 조합장이 선출되고 조합이 정상화하면 바로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조1구역 인근에 걸린 지역주택조합 현수막.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대조1구역 인근에 걸린 지역주택조합 현수막.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역 주민들도 공사 재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며 인근 상권이 침체하고 일대 재개발 동력도 주춤했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 주변 한 식당은 오후 시간대에도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인근의 한 자영업자는 "공사 인원이 모두 빠지니 낮에도 오가는 사람 없이 적막하다"며 "공사가 재개돼 다시 사람들이 오가면 분위기가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침체한 지역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도 나온다. 대조동 개업중개사는 "모아타운, 구산역세권, 대조동 지주택 등 주변에서도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먼저 재개발을 하는 곳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일대 부동산 거래가 끊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사가 재개돼 재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주변 다른 사업들도 탄력을 받고 거래도 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일대 재개발 탄력" 기대 나오지만…불어난 공사비는 '과제'

다만 반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된 탓에 조합원 분담금과 일반분양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사가 멈춘 대조1구역 현장에는 타워크레인 14대가 그대로 설치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가 중단됐다고 현장 인원이 모두 철수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장 관리인력 비용과 장비 임대료 등이 계속 지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은 임시조합장 체제에서 공사비 협상이 어렵다는 입장이기에 정식 집행부가 선임되면 관련 논의도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공사 중지로 인해 발생한 손실금액과 착공 이후 오른 자잿값 등이 반영되면 상당한 폭의 공사비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재건축 공사가 6개월 중단됐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은 공사비가 30% 이상 늘어난 바 있다.

재건축 조합과 현대건설이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겪으면서 2022년 4월부터 그해 10월까지 공사가 중단됐는데, 공사 재개 이후 3조2000억원이던 공사비가 4조3677억원으로 36.4% 증가했다.

늘어난 공사비는 일반분양가도 끌어올릴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 중단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1억원 정도는 늘어날 것"이라며 "조합원 부담을 줄일 방법은 일반분양가에 녹여내는 것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조1구역은 2451가구 가운데 조합원분 1600가구를 제외한 483가구를 일반분양한다. 368가구는 임대로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2026년 1월로 예정됐던 준공일도 공사 중단 여파로 6개월 이상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대조1구역 공정률은 약 22%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