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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증가와 높아진 청년 세입자의 주거 눈높이가 맞아떨어지며 코리빙(공유주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기업은 앞다퉈 새로운 코리빙 주거상품을 내놓으면서 임대주택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청년 입장에서도 다양한 가격대와 높은 상품성에 전통적인 전·월세 상품에서 코리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서 일찌감치 코리빙 사업을 시작한 SK디앤디는 최근 서울 용산구에 ‘에피소드 용산 241’을 선보였다. SK디앤디가 서울에서 7번째로 선보이는 주거 공간이다. 처음부터 코리빙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신축 건물이다. 그동안 자사 브랜드에도 없었던 새로운 공용공간과 서비스를 적극 도입해 높아진 소비자 요구를 겨냥했다.
에피소드 용산 241 가보니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변에 들어선 ‘에피소드 용산 241’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과 1호선·경의중앙선 용산역에서 도보 10분이면 닿는다. 입주민에게만 주어진다는 QR코드를 입구에 제시하자 문이 열렸다. 가장 눈에 띈 건 이른바 ‘웰컴 사인’이었다. 콘크리트벽을 미디어월처럼 활용해 입주민에게 맞는 인사를 건넨다. 미리 저장해놓은 입주민의 이름을 불러주거나 오늘 날씨와 안부를 묻는다. 생일이 되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띄워주기도 한다. 단지명에 붙은 241은 전용 가구에 공용 공간을 합한 숫자다. 가구는 전용면적 16~49㎡로 나뉜다. 5개 타입(비즈니스·플랫·알파·로프트·로프트 스위트)은 입주민의 사정과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같은 타입 내에서도 내부 구조가 달라 모두 35개 유형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처음 살펴본 ‘플랫 타입’은 ‘에피소드 용산 241’ 내에서도 가장 많은 66가구가 있다. 전용면적은 24.63㎡로, 원룸형 오피스텔보단 호텔에 가까웠다. 층고는 3.7m로 일반적인 오피스텔의 층고(2.3m)보다 높았다. 높은 층고 덕에 면적보다 크다는 느낌을 준다. 내부 구조 역시 현관에서 바로 화장실로, 다시 생활 공간으로 이어지는 ‘호텔식 순환형’으로 설계됐다. 세면대 앞에서 바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각 가구에는 작은 테라스가 마련돼 오피스텔과 달리 바깥바람을 직접 느낄 수도 있었다.비교적 크기가 큰 전용면적 40㎡ ‘알파’ 타입은 56가구가 준비돼 있다. 기존 오피스텔과는 다른 개방감이 돋보였다. 월 임대료는 300만원 수준이었지만, 이날 내부에선 방을 계약하기 전 구경 오는 방문객이 자주 보였다. 저층부에 주로 마련된 ‘비즈니스 타입’은 작은 면적으로 테라스와 주방이 없다. 넓은 크기의 전용 공용공간과 공유주방이 마련됐다. 방에서는 업무와 수면에 집중하고 여가는 넓은 공용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SK디앤디 관계자는 설명했다.
수면까지 관리…가격은 천차만별
‘에피소드 용산 241’의 각 층에는 유형별 공용공간이 마련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결’이라는 이름의 명상 공간이었다. 입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사방이 막힌 공간 위로 자연 채광이 쏟아졌다. 입주민은 안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명상을 할 수도, 요가를 할 수도 있다. 몇 층을 더 내려오면 음악·영상 감상실이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와 대형 TV, 음악 감상이 가능한 턴테이블 등이 마련돼 있었다. 복층 높이로 개방감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었다. 다른 입주민과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와인 저장고 등도 공용 공간으로 제공된다.가구 내부에도 높은 생활 수준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가 돋보였다. 침대 위에 마련된 작은 기계는 입주민의 수면 패턴을 분석한다. 숙면도 등을 입주민의 스마트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실내 가구는 구독제를 이용해 매월 다른 인테리어를 적용할 수도 있다. 애플리케이션에선 추천 인테리어를 패키지 형태로 제안하고 선택하면 설치 서비스까지 바로 제공된다. 관건은 보증금과 임대료다. 보증금은 타입별로 3000만~5000만원에 책정됐다. 신축 오피스텔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임대료는 전용 12~40㎡로 구성된 비즈니스 타입의 월세가 96만~290만원 수준이다. 전용 42~48㎡ 로프트 타입의 월세는 320만~380만원에 달한다. 일부 타입의 경우 법인 등이 계약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특화된 공용공간 등을 무료로 이용하는 용산 한복판 고급 임대주택이라는 특징을 감안해야 하지만, 단기 임대의 경우 2주 임대료가 200만원에 달하는 등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김도현 SK디앤디 대표는 "주거 선택지 및 IT 솔루션이 더해진 에피소드 용산은 '더 나은 도시 생활'을 위한 SK디앤디의 주거 플랫폼 확장에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규모의 확장을 넘어, 리빙 솔루션 파트너로 온·오프라인 상의 진화된 콘텐츠 제공을 통해 에피소드의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해 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만 7000…성장세 가파른 코리빙
비교적 높은 임대료가 특징인 코리빙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높은 임대료에도 수준 높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젊은 임차인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코리빙 하우스는 침실 등 개인 생활공간에 더해 주방과 운동시설 등은 다른 임차인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1인 거주에 특화돼 생활 편의성은 일반적인 전·월세 주택보다 뛰어난 편이다. 업계 입장에서도 코리빙 하우스는 장점이 많다. 임대료를 받고 임대사업을 하다가 향후 건물 매각을 통해 시세 차익 확보가 가능하다. 정부 역시 기존 전·월세 시장의 대안으로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를 예고해 향후 각종 규제 완화도 예상된다.이 덕에 서울 내 코리빙 하우스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2016년 2000명이 채 되지 않았던 서울 내 코리빙 하우스 수용 규모는 지난해 6월 기준 7300명까지 늘었다. 올해도 SK디앤디를 비롯해 KT에스테이트와 MGRV, 로컬스티치 등이 추가 공급을 준비 중이다.
투자 규모도 점차 늘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은 이미 SK디앤디와 리츠를 통해 에피소드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도 리츠를 통해 신규 투자에 나섰다. 주택도시기금과 주요 국내외 자산운용사들도 코리빙 하우스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데, 업계에선 코리빙 하우스의 투자 규모가 올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부동산 시장 상황 속에서도 코리빙 하우스 수요가 공급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 부동산 상품과 달리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비교적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