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하이브, 그만 싸우자…경영·프로듀싱 분리는 NO"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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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두 번째 기자회견 개최
약 2시간 걸쳐 하이브에 타협 제안
"어도어·뉴진스가 1순위…이성적으로 보자"
"경영-프로듀싱 분리는 안 돼"
"돈보단 비전 중요해…'경업 금지' 조항은 빼야"
약 2시간 걸쳐 하이브에 타협 제안
"어도어·뉴진스가 1순위…이성적으로 보자"
"경영-프로듀싱 분리는 안 돼"
"돈보단 비전 중요해…'경업 금지' 조항은 빼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약 2시간에 걸친 두 번째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에 "타협점을 찾자"며 손을 내밀었다.
민 대표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이브가 민 대표의 측근인 신모 어도어 부사장과 김모 이사를 해임하고, 하이브 측 인사로 사내이사를 선임하자 긴급하게 마련한 자리다. 지난달 25일 진행한 기자회견과 동일하게 이날도 법무법인 세종의 이수균, 이숙미 변호사가 동행했다.
민 대표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차림새로 등장했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에 화사한 파스텔톤의 노란색 재킷을 입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다행히 승소하고 인사하게 돼 가벼운 마음"이라고 운을 뗀 그는 자신을 응원해 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민 대표는 "충분히 오해할 수 있고 복잡한 상황인데도 냉정한 시각으로 봐주려고 한 분들, 생면부지인 나를 지지해 준 분들 모두에게 한 분씩 다 인사드리고 싶은 정도다.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전날 법원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대표 자리를 지키게 됐다. 그는 "판사님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면서 "난 처음부터 하이브가 배임이라고 주장할 때 '이게 어떻게 어도어의 배임이 될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내 첫 번째 본분은 어도어 대표이사로서의 역할 수행이었다. 그게 내게 1순위였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누명을 벗어서 매우 홀가분하다"면서도 "사실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했다. 이사진이 하이브 측 인사로 채워지면서 민 대표 해임에 대한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숙미 변호사는 "하이브 측 이사가 대거 선임돼 곧 또 이사회가 소집될 여지가 있다. 그때 민 대표의 대표이사 해임 건을 올릴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선임된 이사들이 아직 이사회 소집을 통지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하이브를 향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단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었다. ▲주주간계약 상 명시된 '경업 금지' 조항에 대한 수정 ▲어도어의 독립성 보장 등이었다.
민 대표는 "나의 1순위는 무조건 어도어와 뉴진스다. 이들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되는 게 궁극적으로 하이브에도 이득이 되는 것"이라면서 "톱 보이밴드들이 5년, 7년 만에 내는 성과를 어도어에서 2년 만에 걸그룹으로 거두어들였다. 그런 성과를 낸 자회사 사장에게 배신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까. 이런 감정적인 단어들은 의리 집단에서나 활용되는 내용이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야 하는 주식회사에서 쓰여야 하는 단어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에겐 돈이 더 중요할 수 있겠지만 난 뉴진스와 함께 그린 비전이 더 중요하다. 그 비전이 꺾인다는 자체가 우리에겐 굉장한 고통이고, 주주들한테도 큰 피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하이브를 향해 "타협점이 잘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난 이 싸움이 누굴 위한 분쟁이고, 무엇을 얻기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누굴 힐난하고 비방하는 거 지겹지 않냐. 건설적이고 건강한 논의가 필요하다. 감정적인 부분은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걸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그게 경영자 마인드"라고 했다.
민 대표는 협상의 키가 하이브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했다. 그는 "신의라는 건 쌍방의 협의"라면서 "하이브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거다. 주주간 계약이 어떻게 수정되든 (영향이) 크지 않다. 하지만 딱 하나 경업 금지, 그 독소 조항만 없어지면 내가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은 포기해서도 타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독립성만 보장해주면 할 일을 해서 이익을 낼 거다. 그 이익이 결국 주주환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냐"면서 "타협할 건 하는데, 나랑 안 맞는 가치들이 있다. 그에 대한 양해가 있다면 같이 갈 수 있고, 그게 없다면 독립성을 더 얘기할 수밖에 없다. 나같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어야 조직이 바뀌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는 "지난번 기자회견에서는 분노가 하늘 끝까지 치달아서 막말을 많이 했다. 평소에 그렇게 막말을 하겠냐. 멀쩡하게 있을 땐 멀쩡하다"며 웃더니 "경영과 투자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난 투자나 M&A에는 관심도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경영에는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싱과 경영을 분리해 전문 경영인을 둬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경영은 업력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자신이 K팝 생태계를 잘 알기 때문에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였다. 엔터가 아닌 기업의 경영 분야 경력자들을 레이블 대표로 둔 하이브의 전략을 꼬집는 듯한 발언이었다.
민 대표는 "엔터 사업은 사람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 특이하고 어렵다. 공장을 돌리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의 마음으로 하는 일이지 않냐. 그게 굉장한 변수다. 그래서 가끔 미친 산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그만큼 성장이 가파를 수도 있지만 리스크도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 굉장한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프로듀싱과 경영이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분리되면 따로 놀기 시작하고 규합이 안 된다는 나만의 경영 철학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 측은 이 내용을 토대로 하이브가 해임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인정했다.
이숙미 변호사는 "어도어가 이사회를 개최하면 개최하지 말라는 가처분을 또 제기해서 여러분을 힘들게 해야 하는 건가 생각한다"면서 "어쨌든 주주간 계약을 지키라는 게 법원의 판결이다. 해임 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사들로 하여금 민 대표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이브가 적당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서도 민 대표는 해임 사유가 없다며 동일한 내용을 거듭 강조했다.
민 대표는 '화해 요청에 시한을 둔 게 있냐'는 질문을 받고 "그럴 이유가 없다. 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 거다. 그분들이 이사회를 열어서 날 해임하지 않으면 상관없다. 해임할 가능성도 있는데 굳이 그래야겠냐는 거다. 툭 까놓고 얘기하면 나도 같이 일하기 힘들다. 누가 좋겠냐. 하지만 조금 더 어른의 마음으로 생각해보자는 거다. 기분 나쁘다고 '그만둘래'라고 하면 망가지는 게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도 힘들고 열받고 짜증 나고 괴롭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리고 모두에게도 유리한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했을 때 아프더라도 참고 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하는 거다. 일단 내가 상대의 의견을 모르지 않냐.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상대가 너무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내일 어도어 구성원들에게 메일을 보낼 거라고 전하기도 했다.
하이브와의 갈등을 끝내고 싶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다. 민 대표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얘기다. 좋게 진행될 수도 있고, 싸울 수도 있다. 근데 난 지금 너무 피곤하다"면서 변호사를 바라보고는 "이분들도 보통 분이 아니지 않냐. 하이브에서 인센티브 20억 받았다고 하는데, 변호사비로 다 썼다"며 웃었다.
뉴진스의 활동이 차질 없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고. 민 대표는 "뉴진스와 나의 비전은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라면서 "이제 뉴진스의 미래를 생각해서든, 하이브의 미래를 생각해서든 이해관계에 대한 결단을 내야 한다. 애들한테 희망 고문이 얼마나 힘들겠냐. 뉴진스를 위해 어른들이 좋은 판단을 해줬으면 한다. 난 금전적 타협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내려진 전날 뉴진스 멤버들과 부모들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은 어제 다 난리 났었다. 스케줄이 없었으면 만났을 거다. 어머님들도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고 말했다.
다만 아티스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 대표는 갈등 과정에서 뉴진스를 비롯해 방탄소년단(BTS), 아일릿 등 타 아티스트까지 언급된 것과 관련해 "모두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이 언급을 그만해야 한다. 그냥 말을 안 하면 된다. 자꾸 끄집어내면서 상처를 주냐 마냐를 언급하는 자체가 상처"라면서 "상처를 씻어내기 위해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민 대표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이브가 민 대표의 측근인 신모 어도어 부사장과 김모 이사를 해임하고, 하이브 측 인사로 사내이사를 선임하자 긴급하게 마련한 자리다. 지난달 25일 진행한 기자회견과 동일하게 이날도 법무법인 세종의 이수균, 이숙미 변호사가 동행했다.
민 대표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차림새로 등장했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에 화사한 파스텔톤의 노란색 재킷을 입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다행히 승소하고 인사하게 돼 가벼운 마음"이라고 운을 뗀 그는 자신을 응원해 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민 대표는 "충분히 오해할 수 있고 복잡한 상황인데도 냉정한 시각으로 봐주려고 한 분들, 생면부지인 나를 지지해 준 분들 모두에게 한 분씩 다 인사드리고 싶은 정도다.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전날 법원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대표 자리를 지키게 됐다. 그는 "판사님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면서 "난 처음부터 하이브가 배임이라고 주장할 때 '이게 어떻게 어도어의 배임이 될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내 첫 번째 본분은 어도어 대표이사로서의 역할 수행이었다. 그게 내게 1순위였다"고 강조했다.
◆ "어도어·뉴진스를 위해"…하이브에 화해 요청
민 대표는 유임됐지만, 해당 가처분 신청이 민 대표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라 하이브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민 대표를 제외하고 이사진을 교체했다. 어도어의 새 사내이사로 하이브 측이 추천한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선임됐다. 이에 따라 어도어 이사회는 1대 3 구도로 재편된 상황.민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누명을 벗어서 매우 홀가분하다"면서도 "사실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했다. 이사진이 하이브 측 인사로 채워지면서 민 대표 해임에 대한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숙미 변호사는 "하이브 측 이사가 대거 선임돼 곧 또 이사회가 소집될 여지가 있다. 그때 민 대표의 대표이사 해임 건을 올릴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선임된 이사들이 아직 이사회 소집을 통지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하이브를 향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단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었다. ▲주주간계약 상 명시된 '경업 금지' 조항에 대한 수정 ▲어도어의 독립성 보장 등이었다.
민 대표는 "나의 1순위는 무조건 어도어와 뉴진스다. 이들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되는 게 궁극적으로 하이브에도 이득이 되는 것"이라면서 "톱 보이밴드들이 5년, 7년 만에 내는 성과를 어도어에서 2년 만에 걸그룹으로 거두어들였다. 그런 성과를 낸 자회사 사장에게 배신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까. 이런 감정적인 단어들은 의리 집단에서나 활용되는 내용이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야 하는 주식회사에서 쓰여야 하는 단어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에겐 돈이 더 중요할 수 있겠지만 난 뉴진스와 함께 그린 비전이 더 중요하다. 그 비전이 꺾인다는 자체가 우리에겐 굉장한 고통이고, 주주들한테도 큰 피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하이브를 향해 "타협점이 잘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난 이 싸움이 누굴 위한 분쟁이고, 무엇을 얻기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누굴 힐난하고 비방하는 거 지겹지 않냐. 건설적이고 건강한 논의가 필요하다. 감정적인 부분은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걸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그게 경영자 마인드"라고 했다.
민 대표는 협상의 키가 하이브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했다. 그는 "신의라는 건 쌍방의 협의"라면서 "하이브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거다. 주주간 계약이 어떻게 수정되든 (영향이) 크지 않다. 하지만 딱 하나 경업 금지, 그 독소 조항만 없어지면 내가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은 포기해서도 타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독립성만 보장해주면 할 일을 해서 이익을 낼 거다. 그 이익이 결국 주주환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냐"면서 "타협할 건 하는데, 나랑 안 맞는 가치들이 있다. 그에 대한 양해가 있다면 같이 갈 수 있고, 그게 없다면 독립성을 더 얘기할 수밖에 없다. 나같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어야 조직이 바뀌지 않겠나"라고 했다.
◆ 경영-프로듀싱 분리는 '반대'
일각에서는 경영과 프로듀싱 영역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민 대표는 대표직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그는 "지난번 기자회견에서는 분노가 하늘 끝까지 치달아서 막말을 많이 했다. 평소에 그렇게 막말을 하겠냐. 멀쩡하게 있을 땐 멀쩡하다"며 웃더니 "경영과 투자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난 투자나 M&A에는 관심도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경영에는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싱과 경영을 분리해 전문 경영인을 둬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경영은 업력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자신이 K팝 생태계를 잘 알기 때문에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였다. 엔터가 아닌 기업의 경영 분야 경력자들을 레이블 대표로 둔 하이브의 전략을 꼬집는 듯한 발언이었다.
민 대표는 "엔터 사업은 사람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 특이하고 어렵다. 공장을 돌리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의 마음으로 하는 일이지 않냐. 그게 굉장한 변수다. 그래서 가끔 미친 산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그만큼 성장이 가파를 수도 있지만 리스크도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 굉장한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프로듀싱과 경영이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분리되면 따로 놀기 시작하고 규합이 안 된다는 나만의 경영 철학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 '해임 가능성' 여전…향후 대책은?
하이브와 민 대표가 체결한 주주간 계약 제2조 1항에서는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 설립일인 2021년 11월 2일부터 5년간 어도어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도어 주주총회에서 보유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민 대표 측은 이 내용을 토대로 하이브가 해임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인정했다.
이숙미 변호사는 "어도어가 이사회를 개최하면 개최하지 말라는 가처분을 또 제기해서 여러분을 힘들게 해야 하는 건가 생각한다"면서 "어쨌든 주주간 계약을 지키라는 게 법원의 판결이다. 해임 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사들로 하여금 민 대표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이브가 적당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서도 민 대표는 해임 사유가 없다며 동일한 내용을 거듭 강조했다.
민 대표는 '화해 요청에 시한을 둔 게 있냐'는 질문을 받고 "그럴 이유가 없다. 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 거다. 그분들이 이사회를 열어서 날 해임하지 않으면 상관없다. 해임할 가능성도 있는데 굳이 그래야겠냐는 거다. 툭 까놓고 얘기하면 나도 같이 일하기 힘들다. 누가 좋겠냐. 하지만 조금 더 어른의 마음으로 생각해보자는 거다. 기분 나쁘다고 '그만둘래'라고 하면 망가지는 게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도 힘들고 열받고 짜증 나고 괴롭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리고 모두에게도 유리한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했을 때 아프더라도 참고 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하는 거다. 일단 내가 상대의 의견을 모르지 않냐.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상대가 너무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어도어·뉴진스, 앞으로의 행보는?
새로 선임된 사내이사 3인에 대해 민 대표는 "다 아는 분들이다. 펀치를 주고받지 않았느냐. 한 대씩 때린 것"이라면서 "선 긋고 일할 때는 일을 해야 한다. 논리와 이성으로 얘기하다 보면 타협점이 찾아지지 않을까 싶다. 일부러 '저 XX를 X 먹어야지'라는 마음만 갖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 마음을 갖는 게 바로 배임"이라고 밝혔다.아울러 내일 어도어 구성원들에게 메일을 보낼 거라고 전하기도 했다.
하이브와의 갈등을 끝내고 싶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다. 민 대표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얘기다. 좋게 진행될 수도 있고, 싸울 수도 있다. 근데 난 지금 너무 피곤하다"면서 변호사를 바라보고는 "이분들도 보통 분이 아니지 않냐. 하이브에서 인센티브 20억 받았다고 하는데, 변호사비로 다 썼다"며 웃었다.
뉴진스의 활동이 차질 없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고. 민 대표는 "뉴진스와 나의 비전은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라면서 "이제 뉴진스의 미래를 생각해서든, 하이브의 미래를 생각해서든 이해관계에 대한 결단을 내야 한다. 애들한테 희망 고문이 얼마나 힘들겠냐. 뉴진스를 위해 어른들이 좋은 판단을 해줬으면 한다. 난 금전적 타협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내려진 전날 뉴진스 멤버들과 부모들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은 어제 다 난리 났었다. 스케줄이 없었으면 만났을 거다. 어머님들도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고 말했다.
다만 아티스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 대표는 갈등 과정에서 뉴진스를 비롯해 방탄소년단(BTS), 아일릿 등 타 아티스트까지 언급된 것과 관련해 "모두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이 언급을 그만해야 한다. 그냥 말을 안 하면 된다. 자꾸 끄집어내면서 상처를 주냐 마냐를 언급하는 자체가 상처"라면서 "상처를 씻어내기 위해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