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뉴스1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초 설계될 때 고민되지 않은 부분을 면밀한 검토한 후 도입 또는 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투세를 둘러싼 결정을 더이상 유예해선 안 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지난 31일 이 원장은 '금투세 관련 시장전문가 간담회' 후 백브리핑에서 이러한 의견을 밝혔다.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전문가들 사이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선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과 손실금 이월공제 혜택을 위해 금투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면서도 "많은 전문가는 금투세가 도입되면 투자 행태가 변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다만 "금투세 도입이 장기 투자보다 단기 매매를 촉발하게 될 것이란 전망엔 이견이 없었다"며 "세금 회피 목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과세 대상이 아닌 사람도 위험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투세 우려로 국내 주식 매도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투자자가 많은 상황"이라며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가 접촉해본 결과 실제로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를 정리한 투자자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되면 연말정산 환급금이 줄고,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부양가족의 연간 금융소득이 100만원을 넘을 경우 연말정산에서 인적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최초 제도 설계 시 이 부분까지 깊게 고민이 되진 않은 것 같다"며 "한 증권사에 따르면 수십만명의 투자자가 인적공제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점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세 당국에서 충분히 고려하고 금투세를 설계했겠지만, 투자자의 심리적 동기도 고려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금감원의 업무 범위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최근 이 원장은 상속세 감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등 여러 정책이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정책의 주관 부처는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다.

이 원장은 "기관의 업무 범위를 언급하는 건 조심스럽다"면서도 "하천 상류에 있는 공장이 강에 폐수를 쏟아내면 하류에 있는 들판에 영향을 준다"고 비유했다. 금감원이 소관 부서는 아니지만, 세제, 상법 개정 등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기업 밸류업과 자본 시장 선진화, 투자자 신뢰 확보 차원에서 상속세, 상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금감원이 계속 얘기를 해야 한다"며 "금감원이 시장 참여자, 언론, 정부 및 국회와 소통하는 건 민주적 의사 형성 과정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선의로 설계된 세제가 부동산 가격에 불을 붙인 사례가 있다"며 "자본시장은 워낙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고, 각각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를 도입할 때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금투세 도입 여부를 떠나 더는 유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원장은 '금투세 유예는 비겁'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여러 이슈에 의견을 내며 강한 표현을 썼는데, 불편한 분들이 있으면 사과하겠다"면서도 "국회에서 논의의 장을 열어 결론을 내거나 단계적인 도입 절차를 발표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국민들께 더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