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사진=한경DB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사진=한경DB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된 종합부동산세가 존폐 기로에 섰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종부세 개편 논의에 군불을 때던 차에 대통령실이 31일 완전 폐지까지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종부세 폐지가 올 하반기 정기국회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종부세 폐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세금 제도에 대한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은 종부세의 다양한 문제점 중 한 부분만 건드리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전체적인 제도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했다. 실거주 1주택에 대한 종부세 면제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5월 초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밝혔다. 정부는 오는 7월까지 종부세 개편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기로에 선 종부세…野 "1가구 면제"에 尹 '완전 폐지' 힘 받나
종부세는 공시가격 9억원(1가구 1주택자는 12억원) 이상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고가 부동산을 보유한 이들에게 고율의 세금을 매기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도입 이후 집값은 꺾이지 않았고 이중과세 및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종부세 논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최고조에 달했다. 2019년 종부세 중과 제도를 도입해 조정지역(서울과 수도권 일부)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면서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택 가격까지 폭등해 종부세 납부 대상은 한때 120만 명에 육박했고, 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도 크게 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종부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집권 이후엔 종부세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꾸준히 펼쳤지만 폐지 발표는 없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 내에서 종부세 폐지를 추진하자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 공격을 우려해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줄여주는 데 집중해온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하면서 종부세 관련 논란이 사그라들자 상속세와 금융투자소득세 등 다른 세제를 개편하는 문제에 힘을 쏟았다. 연초까지만 해도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부동산 관련 세제는 크게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지난 4월 총선을 계기로 바뀌었다. 수도권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이 종부세 폐지 및 개편 방안을 공약하기 시작하면서다. 박 원내대표의 한경 인터뷰 이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됐다. 오히려 정부·여당이 종부세 개편 문제에 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반적으로 종부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건 맞지만 야당의 공식 의견이 나온 게 아니라 입장을 밝힐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이 종부세 폐지 카드를 꺼내 든 건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종부세 개편의 주도권을 야당에 내줘선 안 된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기재부는 이날 대통령실 입장이 공개되기 전까지 종부세 개편 방안을 검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입장 공개에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1주택자만 종부세를 면제하는 건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주택 두 채를 보유한 사람은 종부세를 내야 하는데, 공시가격 40억원짜리 주택 한 채 소유자는 종부세를 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몰리는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종부세는 국세지만 전액 지방으로 교부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