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상속세제 개편 카드를 꺼내든 건 상속세율 및 제도 전반에 대한 불만이 중산층에까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속세율은 2000년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평균 매매가가 12억원으로 오른 서울 아파트 한 채만 상속해도 40%의 상속세율(상속자산 10억~30억원 이하)이 적용된다.

높은 상속세율은 주가 상승에도 걸림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대주주 입장에서 주가가 너무 오르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기업 최대주주가 지분을 상속하면 50%인 최고세율에 20%가 가산(할증)돼 6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우선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하기로 했다. 대주주 할증 과세를 폐지하고 상속세율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자산 전체가 아니라 각각의 상속인이 실제로 상속받는 유산에 취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가령 33억원을 자녀 세 명에게 균등 상속하면 현재는 최고세율(30억원 초과·50%)이 적용된다.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 각각의 자녀가 11억원에 대해 40%의 세율을 적용받아 부담이 줄어든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며 2022년 10월부터 정부 내에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는 등 가장 오랫동안 준비해온 안이다.

기업인에 대한 징벌적 과세라는 지적을 받아온 대주주 할증과세 폐지 방침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국민의힘도 31일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상속세율도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대주주 할증 시 6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은 15%다.

여권 일각에서는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식, 부동산 등을 상속하는 시점에는 과세하지 않고 팔아서 현금화할 때 일반 양도세율보다 높은 세금을 물리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회 주도권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상속세제 개편에 반대하고 있다. 다만 수도권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상속세 개편 목소리가 높아져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경목/한재영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