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탄화력발전소들이 은퇴 시기를 늦추고 있다. 인공지능(AI), 암호화폐 채굴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기존 계획보다 급격히 늘면서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전력발전사 알리안트에너지는 위스콘신주 석탄발전소의 천연가스발전 전환 시점을 2025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알리안트는 석탄을 계속 사용함으로써 2030년까지 발전량을 유지하고 고객들은 6000만달러(약 830억원)의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오하이오주에 본사를 둔 퍼스트에너지는 ‘2030년 탈석탄’ 목표를 폐기한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조지아주에 있는 서던코는 2028년 퇴역 예정인 자사 석탄발전소를 2030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고 지난해 11월 밝혔다. S&P글로벌에 따르면 2030년까지 가동 중단 예정인 미국 석탄발전소 총규모는 지난해 6월 90기가와트(GW)에서 이달 54GW로 약 40% 감소했다.

발전사들이 석탄발전소 퇴역 시기를 늦추는 것은 AI 등 첨단산업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력망 사업자들은 올해부터 5년간 미국 전력 수요가 연평균 4.7%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2년 전력 수요 증가율의 1.8배다.

미국전력발전연구소(EPRI)는 지난 29일 보고서를 통해 2030년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두 배가 넘는 9%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최대 탄광회사 중 하나인 얼라이언스리소스파트너의 조 크래프트 최고경영자(CEO)는 “AI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