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의 초상화.
찰스 3세의 초상화.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라.”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희곡 ‘헨리 4세’에서 왕권(王權)에 관해 남긴 이 말은 왕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고 권력자를 그리는 영예를 얻지만 자칫 잘못하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14일 버킹엄궁에서 공개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공식 초상화가 단적인 예다.

영국 출신 화가 조너선 여(54)가 그린 이 작품에서 찰스 3세는 웨일스 근위대 제복을 입고 미소를 짓고 있다. 인물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캔버스를 가득 채운 붉은색이다. 이를 두고 외신은 “왕이 지옥에서 불타고 있는 것 같다” 등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찰스 3세 본인은 만족했다고 한다.
조너선 여의 자화상.
조너선 여의 자화상.
스미소니언 미술관에 전시됐던 케빈 스페이시의 초상화.
스미소니언 미술관에 전시됐던 케빈 스페이시의 초상화.
여는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작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과 유명 인사의 사실적인 초상화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이번 작품을 통해 ‘왕의 초상화가’에 등극했다. 그는 “상대방의 본질과 성격, 배경을 반영해 현대적 왕실 초상화를 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찰스 3세 얼굴 옆에 있는 나비는 현대사회에서 영국 왕이 차지하는 위상 변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왕세자에서 왕이 된 찰스를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이 초상화는 6월 14일까지 런던 필립 몰드 갤러리에서 공개 전시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