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에 붙은 동의율 현수막. 사진=한경DB
경기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에 붙은 동의율 현수막. 사진=한경DB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방안이 발표된 이후 분당신도시 집주인들이 '동의율'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평가 항목에서 동의율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공유 필지'다. 각각 다른 단지가 서로의 땅을 공유하고 있는데 심지어는 동이 다른 단지끼리도 필지를 공유한다. 만에 하나 통합 재건축이 틀어진다면 향후 재건축 사업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단 지적이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에 있는 일부 단지들은 서로 필지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서 '파크타운'으로 불리는 '파크타운대림아파트', '파크타운서안아파트', '파크타운삼익아파트', '파크타운롯데아파트' 등 4개 단지는 수내동 51~56번지 6개 필지를 공유하고 있다. 같은 동 '푸른마을'인 '푸른쌍용아파트', '푸른벽산아파트', '푸른신성아파트' 등 3개 아파트도 수내동 71~77번지 7개 필지를 공유하고 있다.

상황이 더 복잡한 곳도 있다. 수내동 '양지마을'은 더 얽히고 설켜 있다. 수내동 '금호한양 3, 5단지아파트' 필지인 27번지는 인근에 있는 '한양5단지', '금호1단지', '청구2단지', '금호한양 3, 5단지' 4개 단지가 필지를 공유한다. 심지어 양지마을 내에 있는 주상복합(양지마을 601동)에서도 32번지 필지를 공유하고 있다.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장미마을동부코오롱아파트'와 이매동 '이매촌5단지동부코오롱아파트'는 서로 동이 다른 데도 필지를 공유하고 있다. 장미마을동부코오롱 필지인 야탑동 330, 331번지와 이매촌5단지동부코오롱아파트 필지인 이매동 121번지를 공유하는 셈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파크타운 한 단지의 등기부등본. 사진=등기부등본캡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파크타운 한 단지의 등기부등본. 사진=등기부등본캡쳐
이춘란 리얼리치에셋 대표는 "파크타운이나 푸른마을 등 일부는 통합 재건축을 진행하면 그나마 상황이 낫다"며 "하지만 양지마을이나 동부코오롱의 경우 상가까지 단지 필지를 공유하고 있어 향후 재건축 진행 과정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일각에서도 이런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내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양지마을에 있는 단지들은 관리비 등을 따로 관리하는 등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아직은 선도지구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잘라 얘기하긴 어렵지만 추후 용적률이나 대지 지분 등 조건에서 우위를 갖는 단지들이 나온다면 통합 재건축이 깨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공유필지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내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푸른마을에서도 과거 한 단지가 재건축을 앞두고 아파트 운영을 따로 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다"며 "소송 등을 거쳐 일단 무마가 된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이 또 나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결국 통합 재건축이 되지 않는다면 공유필지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만약 단지들이 사업성을 이유로 통합 재건축이 아닌 '각자도생'을 택한다면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이 필요하다. 공유물 분할 청구소송은 집주인들이 공동으로 가진 재산을 분할하기 위해서 밟는 절차다.

공유필지를 나누는 게 목적이라면 필지를 공유하고 있는 공유자 전원이 소송 당사자가 돼야 하는 공동소송이다. 분할을 원하는 공유자들이 분할을 반대하는 다른 공유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야 한단 뜻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단지라면 소송 자체가 길어질 가능성이 더욱 높다.
분당신도시 파크타운 내 한 아파트 사진=이송렬 기자
분당신도시 파크타운 내 한 아파트 사진=이송렬 기자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공유물 분할 청구소송은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해야 하는 소송이라 소송 기간이 짧아도 수년이 걸린다"며 "재건축 단지들이라고 조건이 무조건 같은 게 아니다보니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면 사업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이 원활하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선 원칙적으로 현물분할을 하게 되는데, 실무상 현물분할 판결이 거의 나오지 않아 경매로 이어지는 게 더 많다"며 "이럴 경우 상황이 굉장히 복잡하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공유필지 말고 문제는 또 있다. 선도지구로 지정된다고 해도 갑자기 사업성이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선도지구이긴 해도 일부 단지에만 눈에 띄는 특혜를 주기는 어렵다. 게다가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줬지만, 결국엔 '자금'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떠올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적률 인센티브 등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성이 눈에 띄게 좋아지진 못할 것"이라면서 "또한 과거와 달리 지금은, 특히 재건축 사업의 인허가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 즉 추가 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가 정비사업 추진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분당신도시 푸른마을에 있는 한 아파트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분당신도시 푸른마을에 있는 한 아파트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도시정비사업 자체가 오래 걸린다는 점도 여젼하다는 지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선도지구로 지정돼도 최소 10년이다"라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무리하게 매수하거나 집값 급등에 너무 주목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방안이 나온 이후 분당신도시에선 기대감이 커졌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분당에선 약 10개 단지가 선도지구에 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서현 시범단지(한양·삼성한신, 4200가구) △한솔 1·2·3단지(1972가구) △양지마을(한양 1·2단지 및 금호 1·3단지, 청구 2단지 4392가구) 등이다.

현장에선 동의율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평가 기준을 보면 총 100점 만점 중 '주민동의 여부'가 60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단지 규모'가 20점으로 뒤를 따른다.

서현동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평가 기준이 공개된 이후부터는 문의가 엄청나게 많이 왔다"면서 "매물들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늘었고 가격을 확 끌어올린 매물도 많다. 주민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