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도박의 덫] 석달간 3천만원 날리고 부모님 예물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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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도박 범죄소년 2배·촉법소년 7배…'손안의 카지노' 확산
게임처럼 여겨 쉽게 중독…학폭·절도 2차범죄에 사채 피해까지 중학교 1학년생 김지민(13·가명)군은 어느 날 "재미있는 게 있다"는 학교 선배의 권유로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서 파워볼을 접했다.
10초 이내에 승패가 결정 나는 단순한 룰에 금세 흥미를 느낀 김군은 이후로 3개월 동안 낮이고 밤이고 파워볼에 빠져 지냈다.
쏟아부은 돈은 무려 3천만원. 용돈을 모아놓은 은행 계좌에서 돈을 계속 빼 쓰다가 잔고가 바닥나자 부모님에게서 용돈 명목으로 돈을 계속 타냈다.
방학을 지내며 김군의 도박 중독은 심해져 갔다.
돈을 잃으면 화를 참지 못하고 물건을 부쉈고 사태를 알게 된 부모가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자 욕설과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통제가 어려워진 김군을 자퇴시키고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부모가 토로했다.
"사는 게 지옥이에요.
"
고등학교 3학년 이장현(18·가명)군도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을 따라 온라인 도박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사다리 게임을 했다가 나중에는 판돈이 크고 방식이 복잡한 블랙잭까지 손을 댔다.
친구 10여명과 어울려 다니며 PC방을 전전하던 이군은 도박 자금이 떨어지자 부모님의 결혼예물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팔았다.
더 이상 팔 물건이 없자 중고거래 사기를 쳐 경찰 조사를 받았고, 학교에서는 친구 물건을 훔쳐 정학 처분을 받았다.
도박중독 치료기관을 찾기까지 이군이 잃은 돈은 1천만원. 원래 성적이 좋았던 이군은 학업 저하와 학교 징계 등으로 자퇴를 고민해야 했다.
김군과 이군의 이야기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의 실제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두 기관을 거쳐 간 청소년 6명의 사연에는 공통점이 있다.
친구들을 통해 도박을 처음 접했고 한 번의 체험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으며 도박 자금을 구하기 위해 학교폭력, 절도 등 더 중한 범죄까지 저지른 경우도 있다.
청소년 사이버도박 문제를 더 엄중하게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9월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6개월간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총 1천35명이 적발됐다.
범죄 정도가 경미하거나 초범이어서 순방된 청소년을 제외하고 검찰에 송치된 도박 범죄소년(14세 이상 19세 미만)은 2022년 74명에서 지난해 171명으로 1년 만에 2.3배가 됐다.
같은 기간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는 도박 촉법소년(10세 이상 14세 미만)은 2명에서 15명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경찰이 특별단속 등 엄정 대응에 나섰음에도 청소년 도박의 확산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1∼4월 형사입건된 도박 범죄소년은 157명, 촉법소년은 20명으로 각각 작년 동기(38명·2명) 대비 4배, 10배로 늘었다.
도박 범죄소년의 평균연령은 2019년 17.3세에서 2023년 16.1세로 계속 어려지는 추세다.
경찰청 집중단속에 적발된 인원 중 최저 연령은 9세였다.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만연해진 일차적인 이유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개인용 정보통신기기 사용이 보편화된 데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도박 사이트 개설과 접근 역시 쉬워졌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을 송출하는 방식의 도박 사이트는 성인 인증 등 별도 절차가 필요 없고 처음에는 판돈을 그냥 주기에 청소년들이 쉽게 접속하게 된다"며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손안의 카지노'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도박을 재미로 하는 게임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실명 은행 계좌나 문화상품권만 있으면 손쉽게 도박 자금을 충전할 수 있다는 점도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보통 14세가 넘으면 청소년도 비대면으로 직접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청소년들은 성인 딜러가 카드를 뿌리는 본격적인 카지노 분위기가 나는 사이트는 무서워하지만 파워볼, 바카라 같은 것은 단순 게임처럼 느끼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접하고 계속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이 도박 조직의 '총판' 역할을 하며 학교 친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도방 리딩방을 운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조 교장은 "SNS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아는 동생이 파워볼을 잘한다'는 한마디만 하면 10분 만에 80명이 접속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누군가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했을 테지만, 이제는 학교 내에서 체계화가 돼 버린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는 청소년은 갈취 등 학교폭력과 절도, 사기 등 2차 파생 범죄까지 서슴지 않는다.
학교에서 총판으로 불리던 A(16)군은 친구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까지 하며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보호관찰소에서 확인한 A군의 은행 계좌에는 1억8천만원의 거액이 있었다.
최근에는 10만원 이하 소액을 단기간 빌려주고 연 1천% 이자를 챙기는 대리 입금 범죄가 성행하고 있어 경찰이 '긴급 스쿨벨'을 발령했다.
이들 대출업자는 계좌가 없는 청소년들을 노려 도박 사이트에 대신 입금해주겠다며 SNS로 접근하는 수법을 쓴다.
조 교장은 "도박은 한번 불고 지나갈 수 있는 '태풍'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이후 파생되는 학교폭력 등의 범죄가 더욱 무섭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게임처럼 여겨 쉽게 중독…학폭·절도 2차범죄에 사채 피해까지 중학교 1학년생 김지민(13·가명)군은 어느 날 "재미있는 게 있다"는 학교 선배의 권유로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서 파워볼을 접했다.
10초 이내에 승패가 결정 나는 단순한 룰에 금세 흥미를 느낀 김군은 이후로 3개월 동안 낮이고 밤이고 파워볼에 빠져 지냈다.
쏟아부은 돈은 무려 3천만원. 용돈을 모아놓은 은행 계좌에서 돈을 계속 빼 쓰다가 잔고가 바닥나자 부모님에게서 용돈 명목으로 돈을 계속 타냈다.
방학을 지내며 김군의 도박 중독은 심해져 갔다.
돈을 잃으면 화를 참지 못하고 물건을 부쉈고 사태를 알게 된 부모가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자 욕설과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통제가 어려워진 김군을 자퇴시키고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부모가 토로했다.
"사는 게 지옥이에요.
"
고등학교 3학년 이장현(18·가명)군도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을 따라 온라인 도박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사다리 게임을 했다가 나중에는 판돈이 크고 방식이 복잡한 블랙잭까지 손을 댔다.
친구 10여명과 어울려 다니며 PC방을 전전하던 이군은 도박 자금이 떨어지자 부모님의 결혼예물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팔았다.
더 이상 팔 물건이 없자 중고거래 사기를 쳐 경찰 조사를 받았고, 학교에서는 친구 물건을 훔쳐 정학 처분을 받았다.
도박중독 치료기관을 찾기까지 이군이 잃은 돈은 1천만원. 원래 성적이 좋았던 이군은 학업 저하와 학교 징계 등으로 자퇴를 고민해야 했다.
김군과 이군의 이야기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의 실제 상담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두 기관을 거쳐 간 청소년 6명의 사연에는 공통점이 있다.
친구들을 통해 도박을 처음 접했고 한 번의 체험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으며 도박 자금을 구하기 위해 학교폭력, 절도 등 더 중한 범죄까지 저지른 경우도 있다.
청소년 사이버도박 문제를 더 엄중하게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9월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6개월간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총 1천35명이 적발됐다.
범죄 정도가 경미하거나 초범이어서 순방된 청소년을 제외하고 검찰에 송치된 도박 범죄소년(14세 이상 19세 미만)은 2022년 74명에서 지난해 171명으로 1년 만에 2.3배가 됐다.
같은 기간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는 도박 촉법소년(10세 이상 14세 미만)은 2명에서 15명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경찰이 특별단속 등 엄정 대응에 나섰음에도 청소년 도박의 확산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1∼4월 형사입건된 도박 범죄소년은 157명, 촉법소년은 20명으로 각각 작년 동기(38명·2명) 대비 4배, 10배로 늘었다.
도박 범죄소년의 평균연령은 2019년 17.3세에서 2023년 16.1세로 계속 어려지는 추세다.
경찰청 집중단속에 적발된 인원 중 최저 연령은 9세였다.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만연해진 일차적인 이유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개인용 정보통신기기 사용이 보편화된 데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도박 사이트 개설과 접근 역시 쉬워졌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을 송출하는 방식의 도박 사이트는 성인 인증 등 별도 절차가 필요 없고 처음에는 판돈을 그냥 주기에 청소년들이 쉽게 접속하게 된다"며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손안의 카지노'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도박을 재미로 하는 게임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실명 은행 계좌나 문화상품권만 있으면 손쉽게 도박 자금을 충전할 수 있다는 점도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보통 14세가 넘으면 청소년도 비대면으로 직접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청소년들은 성인 딜러가 카드를 뿌리는 본격적인 카지노 분위기가 나는 사이트는 무서워하지만 파워볼, 바카라 같은 것은 단순 게임처럼 느끼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접하고 계속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이 도박 조직의 '총판' 역할을 하며 학교 친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도방 리딩방을 운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조 교장은 "SNS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아는 동생이 파워볼을 잘한다'는 한마디만 하면 10분 만에 80명이 접속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누군가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했을 테지만, 이제는 학교 내에서 체계화가 돼 버린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는 청소년은 갈취 등 학교폭력과 절도, 사기 등 2차 파생 범죄까지 서슴지 않는다.
학교에서 총판으로 불리던 A(16)군은 친구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까지 하며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보호관찰소에서 확인한 A군의 은행 계좌에는 1억8천만원의 거액이 있었다.
최근에는 10만원 이하 소액을 단기간 빌려주고 연 1천% 이자를 챙기는 대리 입금 범죄가 성행하고 있어 경찰이 '긴급 스쿨벨'을 발령했다.
이들 대출업자는 계좌가 없는 청소년들을 노려 도박 사이트에 대신 입금해주겠다며 SNS로 접근하는 수법을 쓴다.
조 교장은 "도박은 한번 불고 지나갈 수 있는 '태풍'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이후 파생되는 학교폭력 등의 범죄가 더욱 무섭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