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대표팀, 미국과 평가전 0-4 완패…유효슈팅 1개 그쳐
체력 여전히 열세·세대교체 위한 선수 기용도 부재
결과 못 내고 세대교체도 성과 없고…'벨호 별로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미국과의 평가전 첫 경기에서 결과도 내용도 모두 놓쳤다.

한국은 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커머스시티의 딕스 스포팅 굿즈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 첫 경기에서 전·후반 각각 2골씩 내주고 0-4로 졌다.

경기 내내 미국의 일방적 공세를 막아내기 급급하던 한국은 전반 34분과 38분, 4분 사이에 두 골을 연달아 헌납한 뒤 후반전에도 두 골을 추가로 내주고 확연한 격차를 실감했다.

결과 못 내고 세대교체도 성과 없고…'벨호 별로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 한국은 2013년부터 격년으로 '세계 최강' 미국(FIFA 랭킹 4위)과 원정 평가전을 치르며 경기력 향상을 꾀했다.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과 2027 FIFA 여자 월드컵을 대비하고자 이번 평가전에 임했다.

1차전 '결과'는 0-4 대패로 돌아왔다.

이날 패배로 미국과 통산 16경기에서 단 한 번의 승리 없이 4무 12패만을 기록한 상황에서 결과를 문제 삼긴 힘들다.

다만, 경기 '내용' 면에서 발전한 부분을 찾기 어려웠던 건 확실히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그간 벨 감독이 '고강도 훈련'을 강조하며 선수들의 체력 증진에 힘써왔다지만, 이날 선수들은 특별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경기 시작 직후 10분간 라인을 대폭 끌어 올리고, 미국보다 한두 발 더 뛰며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해 나름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듯했다.

결과 못 내고 세대교체도 성과 없고…'벨호 별로네'
그러나 전반 10분이 지날 무렵부터 선수 사이 간격이 벌어지며 급격히 미국에 흐름을 내줬다.

간신히 미국의 패스를 끊어 내고 공격으로 전환하고자 해도 패스 도중 차단당해 주도권을 다시 넘겨준 뒤 수비로 전환하면서 체력 소모가 더 심해졌다.

미국이 압박을 하지 않는 다소 여유로운 상황에서 우리 진영에서의 패스도 정확하지 않아 공이 라인 밖으로 벗어나는 장면이 적지 않게 나왔다.

한국의 유효 슈팅은 후반 14분 최유리의 기습 중거리슛이 전부일 정도로 미국 페널티지역 진입과 슈팅이 힘들었다.

결과 못 내고 세대교체도 성과 없고…'벨호 별로네'
실점 패턴은 반복됐다.

1-0으로 앞서던 미국은 전반 38분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178㎝ 장신 수비수 티어나 데이비드슨이 반대쪽 골대 앞에서 뛰어 올라 헤더로 추가 득점했다.

후반 3분에도 데이비드슨에게 같은 방식으로 실점했다.

미국은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반대쪽 골대 앞을 향해 길게 공을 올렸는데, 데이비드슨을 견제하며 공중으로 뜬 우리 선수가 없었다.

공중에서 공을 쳐내기 위해 골대를 비우고 나온 김정미는 낙구 지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고, 데이비드슨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머리를 갖다 대 골망을 갈랐다.

상대가 같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비슷한 위치에 득점원을 위치시키고 동일한 패턴으로 골을 넣었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

결과 못 내고 세대교체도 성과 없고…'벨호 별로네'
당면 목표로 내세운 '세대 교체'를 위한 선수 기용이 없었던 건 더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여자 축구 '간판' 지소연, 조소현, 최유리(버밍엄) 등에 지난해 호주·뉴질랜드 월드컵부터 A매치 경기를 뛰기 시작한 2007년생 케이시 유진 페어(에인절 시티) 등 주축 멤버가 그대로 선발로 나섰다.

후반전 교체 멤버로도 김혜리(인천 현대제철), 이금민(브라이턴), 전은하(수원FC), 천가람(화천KSPO) 등 익숙한 얼굴들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교체 카드 4장을 쓰는 데 그쳤고, 마지막으로 투입된 '젊은 피' 천가람의 출전 시간은 약 7분에 그쳤다.

교체 카드 6장을 쓰고 그 중 5명이 약 30분 이상, 1명이 약 20분을 소화한 미국보다도 선수 기용의 다양성이 떨어졌다.

결과 못 내고 세대교체도 성과 없고…'벨호 별로네'
흐름 자체가 이미 상대에 넘어간 상황이어서 '세계 최강' 미국과 직접 부딪힐 수 있는 값진 경험을 보다 많은 선수들에게 돌려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벨호는 끝내 득점은 물론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고,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게 해주지도 못했다.

'세대교체'를 선언하고 새얼굴을 발굴하겠다고 한 벨 감독은 이번 원정 평가전 명단에 수비수 이소희(인천 현대제철)의 이름을 처음으로 포함했고, 15세의 나이로 연령별 대표팀도 거치지 않은 공격수 홍서윤(광양여고)을 깜짝 발탁했다.

그러나 이들은 물론 2007년생 원주은과 권다은(이상 울산현대고)도 벤치를 지켰고, 골키퍼 최예슬(경주한수원·A매치 2경기)과 2003년생 '새얼굴' 김경희(수원FC)도 경기를 지켜보기만 했다.

결과 못 내고 세대교체도 성과 없고…'벨호 별로네'
한국은 직전 미국 원정 평가전이었던 2021년, 첫 경기에서 0-0으로 값진 무승부를 거뒀다.

비록 두 번째 경기에서 0-6으로 대패하긴 했지만, 이 무승부로 미국의 A매치 홈 22연승을 멈춰 세웠다.

슈팅 8개(유효슈팅 1개)를 기록한 당시 벨호가 슈팅 4개(유효슈팅 1개)에 그친 이날보다 내용도 좋았다.

벨호가 3년 전보다 퇴보했다는 비판을 면하려면 2차전에서 변화를 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벨호는 5일 오전 9시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알리안츠 필드에서 미국과 2차전을 치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