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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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일본 관보에 한 건의 ‘실종 선고’ 신청이 게재됐다. 실종된 남성은 1868년 11월 출생이다. 살아 있다면 신청 당시 기준 154세. 작년에 별세한 일본의 공식 최고령자(116세)보다 서른여덟 살 많다.

일본에서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은 실종자에 대한 실종 선고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376건에 달한다.

이는 유산 상속 때 필요한 절차로, 지난 4월부터 부동산 상속등기 신청이 의무화되면서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가족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54세 실종자’ 신청을 담당한 변호사에 따르면 실종 남성이 소유한 군마현 내 토지가 공공사업용지 후보지가 된 것이 발단이 됐다. 용지 취득을 위해 정부가 신청했고, 담당 변호사가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됐다.

실종 남성은 1887년 호적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전적(轉籍)이 이뤄졌지만, 해당 관공서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전쟁 등으로 호적이 소실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담당 변호사는 실종 남성의 먼 친척까지 찾아갔지만 “모른다”는 대답만 들었다.

이 남성에 대한 실종 선고 심판은 지난해 2월 확정됐다. 신청부터 4개월이 넘게 걸렸다.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이다.

일본의 실종 선고는 가족 등의 신청에 따라 가정법원 심판을 통해 법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신청서와 실종자 호적 등본, 실종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등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인지대(800엔), 관보공고료(4816엔) 외 법무사나 변호사에게 의뢰하면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닛케이가 관보 서비스에서 실종 선고 신청 건수를 조사한 결과 작년 기준 일본 공식 최고령자(116세)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는 5년간 376건에 달했다. 에도 시대(1603~1867년) 출생자도 14명 있었다. 그중에는 1805년 출생으로, 살아있다면 신청 당시 215세인 경우도 포함됐다.

일본은 4월부터 상속등기 신청이 의무화됨에 따라 실종 선고 신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상속인 전원의 유산 분할 협의가 필요하며, 상속인 중 실종자가 있는 경우 실종 선고를 받거나 부재자 재산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망은 신중하게 다뤄져야 하지만,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실종자를 일률적으로 보는 것은 가족에게 부담이 크다”며 “심판과 소재 조사를 담당하는 가정법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각 지자체가 100세 이상 실종자를 직권으로 제적하는 ‘고령자 말소’ 제도도 있지만, 주민표 정리 등이 목적이며 사망으로 간주하는 법적 효력은 없다. 이에 고령자 말소를 법적 사망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