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은 독자 여러분들의 노후 자산형성에 도움이 될 ‘연금 재테크’의 모든 것을 다루는 ‘디지털 온리’ 콘텐츠 [일확연금 노후부자] 시리즈를 매주 화·목요일에 연재합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연금투자의 핵심은 장기투자입니다. 투자 기간이 길다는 점을 활용해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 50만원씩 30년간 모으면 원금은 1억8000만원에 그치지만 연평균 8% 수익률로 적립식 투자를 한다면 7억915만원으로 불어납니다.

그런데 장기투자의 종착점까지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장기 우상향하는 종목이나 상품에 투자해도 하락장이 오기 마련이고, 만약 계좌에 '-30%' 파란불이 들어오면 팔지 않고 견뎌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계획하는 장기투자와 실제 장기투자를 비교한 그림
일반적으로 계획하는 장기투자와 실제 장기투자를 비교한 그림
특히 투자자들은 손실을 원금 대비 손실이 아닌 고점 대비 손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심적 고통이 더 큽니다. 30% 이익을 보다가 30% 손실 구간에 접어들면 60%나 떨어졌다고 인식하는 식이죠. 만약 하락장을 다 견뎌내고 장기투자에 성공하더라도 그동안의 심적 고통으로 '부자'가 아닌 '환자'가 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전문가들은 연금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자산배분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변동성이 너무 크면 손해가 나기 쉬울 뿐만 아니라 투자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자산배분을 하기 어렵다면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자산을 배분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나 주식, 채권의 보유율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분산 투자하는 밸런스펀드(BF)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60% 폭락' 애플, 나스닥도 롤러코스터

애플 주식에 2008년 초부터 투자했다면 누적수익률은 약 3200%에 달합니다. 주가가 33배나 올랐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대박'인 수익률이지만 이 수익률을 얻기 까지는 60%에 달하는 하락폭을 견뎌야 했습니다.
2008년 이후 애플(빨간색)과 나스닥100지수(파란색)의 최고점 대비 주가하락률(MDD)그래프.  /자료= 한국투자신탁운용
2008년 이후 애플(빨간색)과 나스닥100지수(파란색)의 최고점 대비 주가하락률(MDD)그래프. /자료= 한국투자신탁운용
애플의 최고점 대비 주가하락률(MDD)을 조사해보면 2008년 초 이후 주가가 최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경우가 6번이나 있었습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MDD가 60%에 달했습니다. 유로존 경기 침체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타계가 겹친 2013∼2014년에는 43%, 2016년 아이폰 판매량 감소 당시에는 30.4%였습니다.

개별종목보다 변동성이 낮은 시장 대표지수에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대표지수인 나스닥100지수는 현재 2008년초보다 약 10배 뛰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09년 금융위기로 고점 대비 수익률은 -49.4%로 반토막납니다. 이후로도 코로나19, 금리 인상에 따른 조정으로 인해 MDD는 20%~30%에 달했습니다. 이 과정을 모두 버텨야 비로소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만약 투자자가 어떤 종목의 큰 하락폭을 견뎌 수익을 냈다고 해도 그동안 속이 타들어가 환자가 됐을 것"이라며 "주식과 채권같이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들로 분산투자를 해야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습니다.

직접 자산배분하기 어렵다면 TDF도 유용

자산배분의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주식 60%, 채권 40%으로 분산투자하는 '60/40 자산배분 전략'이 있습니다. 만약 주식과 채권같이 수익률 그래프가 반대로 움직이는 상품을 담는다면 주식시장이 급락하더라도 채권을 통해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투자국가와 투자 시기도 다변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 국가에 '올인' 투자하게 되면 전쟁이나 경기침체, 자연재해 등 위험을 피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또 언제 조정장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한 번에 투자금을 넣기보다 적립식 투자를 하는 편이 좋습니다.

직접 노후자금을 운용하기 어렵다면 자산배분 상품인 TDF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TDF는 가입자가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 기존 연금상품과 달리 은퇴 시점을 정해주면 알아서 자산별 비중을 조정해주는 상품입니다. 청년기에는 성장주와 고수익 채권 등에 자산을 집중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 배당주와 국채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식입니다.

TDF를 잘 선택하기 위해서는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샤프지수(투자 위험 대비 수익률) 등을 따져봐야 합니다.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투자 시점이나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작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샤프지수가 높을수록 수익률 대비 변동성이 낮다는 의미입니다.

단, TDF는 상대적으로 운용 수수료가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상품에 따라 수수료가 연 0.9% 달하기도 합니다.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수수료 0.5%포인트 차이가 10년 뒤에는 5%포인트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은퇴 시기에 따라 정해진 비율대로 자산을 배분하다 보니 주식 투자 타이밍에 채권에 투자하고 채권 투자 타이밍에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투자를 할 때는 본인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만약 투자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하면서 자신이 얼마만큼의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 대한민국 평균 은퇴연령은 51세에 불과합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지금부터 철저한 재테크 플랜이 필요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주식뿐 아니라 채권, 예금, 파생상품, 부동산 등 각종 금융상품을 통한 자산관리 전략을 매주 2회 화요일과 목요일에 연재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거나 포털에서 [일확연금 노후부자]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재테크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